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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ㅣ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평점 :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를 다섯 가지만 뽑는다면,
첫째, 쉽다. 인물 위주의 에피소드가 짧게 서술되었으며, 어려운 정치사나 책의 내용을 깊이 다루지 않고 쉽게 풀어내어 읽기 편하다.
둘째, 공부 이야기다. 교육적 측면에서 학부모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고학년 권장소설 목록에 들어 있다.
셋째, 철학 이야기다. 아무리 쉽게 풀어냈다 하더라도 당대 걸출한 인물들의 삶이 녹아 있으니 사유의 깊이가 낮을 수가 없다. 에피소드마다 생각할 거리가 있다.
넷째, 사람 이야기다. 동경하지만 내 옆에 없는 이상적인 벗의 만남이 그려졌다. 어쩌면 벗이라기보다 따스한 사람의 이야기에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다섯째, 꿈 이야기다. 꿈을 좇은 사람들의 성공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정조가 죽은 뒤 역풍이 있었지만, 이덕무의 벗과 자손들은 꿈을 놓지 않았다. 관직에 오르는 것은 꿈의 과정이지 결과는 아니니까 말이다.
영화 <관상>에서 내경(송강호)이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파도만 보았을 뿐 바람을 보지 못하였소.” 개인은 파도에 휩쓸릴 뿐 바람을 이길 수는 없다. 단, 준비된 자는 간혹 파도를 탈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준비된 자란 누가 판단해 주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행동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마뜩찮았다. 픽션과 논픽션의 구분이 불분명하여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츰 읽어나가면서 내가 장르를 오판했음을 알았다. 이 책은 논픽션을 가장한 픽션이었다. 좋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보낸 좋은 시절을 작가는 참 예쁘게 그려냈다. 누구나 꿈꾸는 학창시절을 보는 것도 같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초반 유득공의 이야기다. 선뜻 자신의 책까지 내다 팔아 아픔을 같이 하고, 부끄러움을 덜어 준 그 깊은 헤아림과 행동력은 책에 대한 선입견을 돌려놓기에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