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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철학 ㅣ 포즈 필로 시리즈 1
크리스토프 라무르 지음, 고아침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걷기의 철학> 크리스토프 라무르 / 개마고원
이 책에서는 걷기를 총 3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이야기한다.
첫 장에서는 걷기에 대한 관념을 정의하는데, 비유는 아름다우나 비유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사색적 내용이 시적 표현에 담겨 있어서 도입부로서는 적당하다. 두 번째 장에서는 앞 장에서 부족한 구체성을 보완한다. 지나치게 교화적인 부분은 거슬릴 때가 있지만, 역사적 사실과 아우를 때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세 번째 장은 걷기로 다시 보는 철학자 이야기다. 익숙한 철학자들을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가장 쉽게 읽힌다. 다만 저자의 주장이 확고하다보니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걷기다.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좋은가,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좋은가. 같은 길이라도 다른 길처럼 갈 수 있다면 상관없지 않은가. 다른 길이라도 같은 길처럼 간다면 소용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결국 어디를 걷느냐보다 어떻게 걷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책의 내용이 짧고 비교적 가벼워서 내 생각과 비교하기 수월하다. 포켓북으로서는 고급지다.
95p 확고하고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로 걷기 위해서는 움직임의 매 순간마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보다는 늘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 늘 같은 길을 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보지 않으며 걷게 되고, 바로 그때 정신이 자기 멋대로 이 생각 저 생각을 옮겨다니게끔 내버려둘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을 의식하고는 생각한다. “벌써!” 하고. 눈치채지도 못한 새 그 먼 거리를 온 것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진하려면 보이는 모든 것들에 눈을 감아야 한다.
이 우화의 교훈은 무엇인가? 탈레스는 눈을 뜨고 있었고, 역설적이게도 보다 용이하게 걷기는커녕 오히려 그 때문에 돌에 부딪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