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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2003 | 감독_성백엽

 

눈을 감은 소녀 감이와 다섯 살 길손이.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두 아이.

늘 밝기만한 길손이에게도
밖으로 내보이지 못하는
슬픈 소원이 하나 있다.
한번이라도 엄마를 가져 보는 것.
엄마라고 큰 소리로 마음껏 불러 보는 것.


"정말...마음을 다해 부르면 엄마가 돌아와 주실까요?"

 

작가 정채봉 님이 쓴 <오세암>.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 동화는
2003년 다시 한편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서점에 가보니 오세암은 그 애니메이션 컷을 삽화로 사용해
애니메이션 동화로 새로 출간된 책도 보이더군요.
정채봉 원작, 정리태 편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묻어 딸이 다시 옮긴 책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그 속에 담아두었듯이 말이지요..

*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누군갈 만날 수 있을까
보고싶어서 많이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것 같아

마음을 다해 부르면
우린 만날 수 있어
니가 있는 곳 어디든
내 맘도 함께 있으니까

먼길을 걸어도 많이 힘들어도
함께 있는듯 느낄 수 있는건
우리만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있기 때문에
함께 있는듯 느낄 수 있어

알아 너의 그 힘든 시간들
이제는 웃을 수 있기를
보고싶어서 많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것 같아

먼길을 걸어도 많이 힘들어도
함께 있는듯 느낄 수 있는건
우리만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있기 때문에
함께 있는듯 느낄 수 있어

먼길을 걸어도 많이 힘들어도
함께 있는듯 느낄 수 있는건
우리만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있기 때문에
함께 있는듯 느낄 수 있어

보이지 않아도 닿지는 않아도
이렇게 여기에 남아도
마음 다해 부르면
그 기억만으로 괜찮을거야...

.
.
.

윤도현&이소은,  마음을 다해 부르면
(오세암 ost)

2004/03/20 05: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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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창비아동문고 19
정채봉 지음, 이현미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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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마등령 아래 오세암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오세암의 옛이름은 관음암이랍니다.
이름이 바뀌게 된 데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동화작가 정채봉 님이 이 전설을 바탕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정채봉 님의 동화 오세암을 읽었습니다.
서점에 앉아 책을 읽고 난 뒤,
한동안을 멍한채로 앉았었습니다.
가슴이 참 많이 아렸습니다.
아이들 속에서 자꾸만 치대며 차오르는 눈물을
꾸욱 눌러 담아야 했습니다.

"저 연기 좀 붙들어줘요..
저 연기 좀 붙들어 줘요.."
길손이를 찾는 감이의 마지막 말은
그만 두 눈에 박혀앉고 말았습니다.

...책을 사들고 나오면서 문득,
김승희님의 그 시가 떠올랐습니다.

이젠
하늘의 흰구름만 보면
눈물이 날거 같습니다..



"...전생에서 오는 디딤돌 같은
흰구름과
내 생으로 가는 디딤돌 같은
흰구름이
잠시 만나
모두 나를 혈연인 듯 내려다보고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
구름의 숙박소
그 안에 깃들인 흰 여름의 성하 같은
나의 목숨을
일박이일쯤 되나,
아니, 어쩌면,
혹은, 삼박사일쯤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 김승희, 흰 구름의 주소 中..

 

2004/03/20 06: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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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묻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 자디아 에쿤다요, 내가 원하는 것

 

그냥 그런
연애시인가보다 했습니다

시인이 열거한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그렇게 그려보기 마련인
사랑의 풍경일거란 생각 때문이었죠.
자잘하지만 아기자기한
참 따뜻한 그런 풍경...

헌데, 시속엔
당신이란 말도
연인이란 말도
그 흔한
사랑이란 말도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가 이야기하는 풍경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지요...

그는 그냥
저렇게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사.람.이라고...

혹, 저 마지막 글줄에
뭔가 더 마음이 두게 되진 않던가요..?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시에 대한 느낌을 조금은 남다르게 하는
그런...


네, 그래요.
이 글을 쓴 자디아 에쿤다요는
서른 두 살에 수혈중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래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누군가에겐 너무도 쉽고 자연스러운 일들이
때로 어떤 이들에겐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절박함이
되기도 하지요...

...그만
할 말을 잃었어요.
그래 그냥
읽고 또 읽었어요.
시인의 프로필을 듣곤
자꾸 되풀이해 읽게되더군요.

참 슬픈 시예요...

 

슬픈 얘기는 꿈속에서 모두 깨끗이 잊어 버려요
또 하루 많은 슬픔들이 약하기만한 그대에겐 힘겨울거에요
알고 있나요 항상 내 마음 그대를 지켜주고 싶은걸
Good night my dear, 좋은 꿈 꾸어요
아직 맺혀있는 그대 눈물 내가 닦아줄테니
이 밤이 모두 지나 그대 눈 뜰 때면
아무도 해줄 수 없는 입맞춤을
상처입은 그대에게 줄 수 있을거에요
Oh, Good night ................

 


상처입은 천사를 위한 자장가 / 화이트뱅크

 



이 노랠 듣는 이들이라면
'누군가 내게도 저런 자장가를 불러준다면...'
하는 생각..한번쯤은 다 하게될테죠...

저런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가 시인의 곁에 있었다면...


그래요 오늘은 저도
하루 종일 너울거리는 그리움에
나를 던져 놓은 하루였습니다...

2004/06/28 0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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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hoshimeguri

"어, 저거좀 봐. 그런데 이 강가는 달밤이라서 저런 걸까?" 캄파넬라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은은하게 빛나는 은하 기슭에, 은빛 옷을 입은 참억새가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달밤이어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은하라서 빛나는 거야" 조반니는 갑자기 하늘로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아져서 발을 꽝꽝 구르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울려 퍼지도록 '별자리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며 힘껏 발돋움을 해서 은하수를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똑똑히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정신을 집중하고 쳐다보자 유리보다도, 수소보다도 투명한 아름다운 물이 보였습니다 가끔 눈의 움직임 때문인지, 그 물은 언뜻언뜻 작은 보랏빛 물결을 일으키거나 무지개처럼 반짝반짝 빛을 뿌렸습니다. 은하수는 소리도 없이 흘렀고, 하늘 들판에는 온통 인광을 뿜어내는 삼각 표지판들이 아름답게 서 있었습니다..

 

 

 

 


02_southerncross

...그때였습니다, 투명한 은하수의 아득한 아래쪽에서 파란색과 오렌지색, 그리고 온갖 빛에 휘감긴 십자가가 한 그루의 나무처럼 빛을 내뿜고 나타났고, 그 위에 창백한 구름이 둥근 원이 되어 후광처럼 걸려있었습니다. 갑자기 기차 안이 소란스러워졌고, 사람들은 모두 북쪽에 있던 십자가를 향해 한 것처럼 똑바로 서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맛있는 참외에 달려들 때 처럼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튀어나왔고 그 소리에 뒤섞여 말할 수 없이 깊고 조심스러운 한숨 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십자가는 점점 창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고 신선한 사과즙처럼 파르스름한 둥근 구름도 천천히 돌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03_akinokeiben

"아아, 용담화가 피어있어. 이제 완연한 가을이구나" 캄파넬라가 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월장석에 조각해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보라색 용담화가 선로의 가장자리를 에워싸고 있는 잔디들 속에 피어 있었습니다. "뛰어내려서 저 꽃을 따 가지고 다시 기차를 탈까?" 조반니는 설레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하며 말했습니다. "이미 늦었어. 벌써 저만큼 지나가 버렸잖아." 캄파넬라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다른 용담화가 빛을 뿌리며 휙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용담화들이 솟구치는 것처럼, 비가 쏱아지는 것처럼 끊임없이 눈앞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삼각 표지판들은 희뿌옇게 흐려지는 것처럼, 활활 불타는 것처럼 빛을 내뿜으며 서 있었습니다...

 

 

 

 


04_northerncross

...그때 갑자기 기차 않이 하얗게 밝아졌습니다. 창 밖을 쳐다보자 금강석과 풀잎의 이슬들을 다 모아놓은 듯한 눈부신 은하의 강바닥 위를 아무 소리도, 아무 형태도 없이 물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희미한 후광을 받고 있는 섬 하나가 보였습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진 새하얀 십자가가 북극의 구름으로 만들었다고 할 만큼 멋진 새하얀 십자가가 북극의 구름으로 만들었다고 할 만큼 시원한 황금빛 원광을 받으며 평평한 섬 꼭대기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그림 / KAGAYA(http://www.kagayastudio.com/)
글 /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이선희 역, 바다출판사)  중에서...

 

 

 

 


05_gingaroad

 

은하 철도가 달려 가는 것은, 별빛들로 이루어진 하늘의 들판입니다.
거기는 텅빈 진공의 우주 공간이 아닌, 풀꽃이나 새, 전신주나 신호등과
같은 우리들에게도 아주 친숙한 것들로 아로새겨진 세계입니다.
은하의 강물은 한없이 투명해 있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만,
그 안에는 물고기와 같은 생물들도 살고 있습니다.
우주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가 열심히 표시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무수한 삼각 표지판들이 서 있습니다.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세계가 실재하고 있어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지층으로부터 화석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관찰해 보면, 단지 진공의 하늘에 떠있는 별들만을
관찰할 뿐입니다.
우리의 현실 세계는, 밤하늘의 환상 세계로부터 보면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요.

......은하로 이어지는 길, Comment by KAGAYA

 

 

 

 

일본의 CG일러스트레이터 KAGAYA는
주로 환상적인 별을 주제로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로 널러 알려져 있습니다.
위 그림들은 1933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천재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환상동화 <은하철도의 밤>의 내용을
그가 이미지작업으로 옮겨놓은 일러스트틀입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은하철도의 밤은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지요

  2004/03/20 04:28:19

 

 

 

혹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책 보다는
웅진닷컴에서 나온 김난주 번역의 책이 더 낫단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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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7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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