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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보러 고궁 향해 나섰던 길,
나 살던 옛동네 어귀의 만개한 벚꽃길에
그만 마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와우산에서 멎고 말았는데,
산허리엔 아직 생각만큼 벚꽃이 모다 피지안했고
걷고 또 걷던 내 익은 길에
미쳐 눈길 두지 않았던
꽃나무 하나 있어
꽃진자리,
나 가만히 마음두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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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산 자락에서 만났습니다.
옛 선인들은 이른봄 달빛 아래서 맡는 매화 꽃냄새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향이라 했다지요.
이 봄날, 남녘의 강변마다 산 속의 사찰들마다 향기 가득이었다 하니
새삼 간절해진 그 향을 알고 싶었습니다
꽃잎 달린 나뭇가지 끝을 당겨 그 향 깊이 들어마셔봤는데...
매화일까요....
그러고 보니 내 옛집 마당에 피어나던 살구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꽃봄, 그날...
여린 마음 한 잎, 품어 비추던,날.....
옛집 가던 길... >>
나, 그곳 떠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20년가까이 창너머로 바라다 보이던 발전소길이
그새 수북한 벚꽃 가로수 길이 되었다는걸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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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감 못하던 봄날의 세상, 진작
이렇게 벚꽃까지 만개했구나..
예기치않게 만난 당인동의 새하얀 벚꽃길에
내 오르던 와우산이 그리워지고
나 살던 언덕 위 옛집이 그리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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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담장 넘으면 안돼..."
붉은 벽돌담에 바짝 붙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앞집 경비아저씨 따라와서 말하신다.
사실 넘어보고도 싶었지.
어릴적 학교를 마치고 와
문열어주는 이 없으면
그렇게 뒤로 돌아가 훌쩍 뛰어넘던 곳.
라일락, 은행, 살구, 목련
향나무, 오동나무, 단풍나무. 대추나무,
넝쿨장미, 담쟁이
개나리, 사철나무
동백, 회양목, 철쭉, 모란.....
분꽃, 달개비, 봉숭아도 있을텐데....
작은 마당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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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맘대로 가지 무성한 키큰 은행나무.
그래도 기특하게 꽃을 피워낸 목련꽃과 살구꽃...
철대문 너머로 빼꼼히 들여다 보았던
내 옛집의 인적없는 마당은
허전하고, 쓸쓸하고...
사람의 쓰다듬을 받지 못한 나무들은
시원한 물 한번 제대로 입지 않았는지
메마르고 푸석한 얼굴들을 하고 있고...
녹색 철대문은 왜 병색짙게 저리 흰색으로 칠해놓았을까...
그리워 찾아간 옛집은
마음만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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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서 걸어 내려와 걷던 벚꽃 수북한 발전소길.
동네마다 붙어있던 벽보로
발전소에서 벚꽃 축제도 한다는걸 알았다
벌써 3회째나 된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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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끝에서 만난 마을버스 정류장.
이 생뚱맞은 모습은... 가만 생각컨데
나름 종점이니 출,입차 관리를 위해 배차 시간을 체크하는 일이 필요했을 일.
덕분에 정거장 표지판은
오래된 벽시계를 머리에 이고 낡은 우산까지 두 개나 쓰고 있다.
역시나 그 덕분에..,
저 차에 오르는 이들은
누군가와 만날 시간을 떠올려보고
어딘가로 떠날 채비를 하며 그렇게 들여다 보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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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살뜰한 마음,
누추하지만 따뜻한 그 마음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혼자 울다가 웃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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