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고 있던 가위눌림.
어수선한 마음에 몸까지 휘둘리는 모양이다.
옴짝할 수 없는 사지. 몸밖으로 내밀 수 있는 거라곤
개미만한 소릴 있는 힘껏 키워보는 일인데
밖으로 밀고 또 밀어낸 신음소리에
안방문이 열리고 성큼성큼 거실을 건너오는 엄마의 발소리가 들린다
온몸이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찾아
흔들어 깨우던 손, 귀에 들려오던 목소리,
마비가 풀려 스르르 돌아눕는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았을 얼굴,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주고, 문을 닫고 나가는 뒷모습까지
눈을 감은 채 그 인기척을 고스란히 다 느끼며 마음 한켠 쓸쓸해진다.
벗어나고 싶어도 이렇게 그 그늘에 감사해야 할 때가 있다고...
혼자라는게 무섭고 두려울 때가 있을거라고...
쥐가 나던 다리를 주물러 주던, 그 밤이 문득 떠오르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 아침, 흐린 하늘이더니 비가 내려준다.
도서관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빗물들을 바라보면서
폴폴 먼지 오르던 흙길이며 마른 풀들이며 여린 잎들을 달고 섰던 그 나무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그리고 허기가득하던 연못
조금은 목을 축였을 거라고
그러니 너도
느슨해지라고 녹녹해지라고...
고마워해야하느니 감사해야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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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골라두었던 책들은 그냥 책상 아래 내려두고
비를 찾아, 우산을 찾아 서가를 훑었어요.
그렇게 꺼내든 책을 펴들고 난 또 아이들 앞에서....
비오는 날 무얼하고 싶니?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어디 붙여줄까 하니 창가에 붙이자 하더군요
빗방울 맺힌 창가에 그렇게 한장 한장
나도 그런 우산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 비 오는 날 생긴 일
호세 아루에고.아리앤 듀이 그림, 미라 긴스버그 글,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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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으로 골라들었던 책인데 내용을 읽다보니 그림책<장갑>이 떠올랐다. 작은 개미 한 마리, 비에 젖은 나비, 쥐 한 마리, 참새 한 마리, 그리고 여우를 피해 달아나던 토끼까지, 모두가 하나가되어 바짝바짝 붙어앉아 비를 피하던... 헌데 여기엔 올망졸망 버섯우산을 쓰러 모여드는 친구들의 움직임들의 표현이 보다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 거기에 킁킁 여우의 모습에 쑤욱쑥 자라는 버섯까지. 자연의 따뜻함과 생기, 그 살아있음을 살갑게 그려낸 그림책. 알아요? 비가 오는 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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