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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김기택, 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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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의 말도 사용할 줄 모르고 다만 울음이 유일한 언어인..
오직 끔벅거리고만 있는 소의 눈.
우리가 최초에는 가졌을, 혹은
오히려 우리를 더 슬프게 내내 바라보았을
그 '순하고 동그란 감옥'인 눈.
당신에게 내뱉으면 눈물이 될 것 같아
속에 가두어 두고 수천만 년 동안 머뭇거린 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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