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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김기택, 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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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의 말도 사용할 줄 모르고 다만 울음이 유일한 언어인..
오직 끔벅거리고만 있는 소의 눈.
우리가 최초에는 가졌을, 혹은
오히려 우리를 더 슬프게 내내 바라보았을
그 '순하고 동그란 감옥'인 눈.
당신에게 내뱉으면 눈물이 될 것 같아
속에 가두어 두고 수천만 년 동안 머뭇거린 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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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ve 2008-02-2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많이 생각했었어...
자꾸 되묻게 했던 그 혼잣물음에
많이 힘들었던것 같아..


우리는 사랑일까...

사랑일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사랑'이라는게
무얼까 하고 생각해


사랑...
'사랑'이라는게 무어지....




층층계단을 오르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는 마음의 소용돌이...


어제가 주는
케케묵은 울음이랄지...웃음이랄지...


쓸쓸, 쓸쓸...마음에 비질하는 소리....


함께 숨쉬게 하는 자유....



스치듯 다시 맴돌고
겹쳐지고 포개지고
마른 얼룩이 되고 흰 못이 되고
어긋나고 다시 스며들고, 말없이 번져지고...
어른거리게 하는...

사랑이라는 말 속에 담긴
그 많은 느낌과 감정들을, 웃음과 눈물을 마음들을
당신은 얘기할 수 있을까...


사랑....


사랑이라는게 무얼까
.
.
.







오늘은 어떤 시가 배달되어 왔을까...
나가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