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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에 깃드는 이 저녁

고요한 색시 같은 잎새는 바람이 몸이 됩니다.

살금살금, 바람이 짚어내는 저 잎맥도

시간을 견뎌내느라 한 잎새에 여러 그늘을 만드는데

그러나 여러 그늘이 다시 한 잎새 되어

저녁의 그물 위로 순하게 몸을 주네요

나무 아래 멈춰서서 바라보면 어느새 제 속의 그대는

청년이 되어 늙은 마음의 애달픈 물음 속으로

들어와 황혼의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데요

한 사람이 한 사랑을 스칠 때

한 사랑이 또, 한 사람을 흔들고 갈 때

터진 곳 꿰맨 자리가 아무리 순해도 속으로

상처는 해마다 겉잎과 속잎을 번갈아내며

울울한 나무 그늘이 될 만큼

깊이 아팠는데요

 

 

그러나 그럴 연해서 서로에게 기대면서 견디어내면서

둘 사이의 고요로만 수수로울 수는 없는 것을, 한 떨림

으로 한세월 버티어내고 버티어낸 한세월이 무장무장 큰

떨림으로 저녁을 부려놓고 갈 때 저 멀리 길 잃은 개의 짖는

소리조차 마음의 집 뒤란에 머위잎을 자라게 하거늘

나또한

 

 

애처로운 저 개를 데리고 한때의 저녁 속으로 당신을

남겨두고 그대, 내 늙음 속으로 슬픈 악수를 청하던 그때

를 남겨두고 사라지려 합니다. 청년과 함께 이 저녁 슬금

슬금 산책이 오래 아프게 할 이 저녁

 

- 허수경, 청년과 함께 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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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시죠...?

저도....잘.....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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