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묵시록 카이지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만화책 속에서 펼쳐지는 축소판 세상은 살벌하고 끔찍하다. 단 한번의 승부의 결과로 '감옥'과도 같은 그 곳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부분만을 극대화시키기는 했지만, 우리는 세상살이에서 항상 통하던 법칙을 만화 속에서 다시 만난다. 강한 자만 살아남고 약한 자는 그들에게 먹혀버린다는 사실을....

세상살이의 가장 자연스런 이치에 무지했던 이들에게 가해지는 준엄한 꾸짖음과 인생의 낙오자들이 흘리는 회한의 눈물...이 만화책이 이만큼 재미있지 않았다면, 너무도 기분이 우울해져서 이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만화가 강조하는 지독한 생존 법칙때문에 오히려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그에 대한 거부감만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 절대로 그 법칙에 맞물려 움직이는 불쌍한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글쎄... 만화를 보면서 이처럼 인생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무척 긍정적인 현상이겠지?

(최근에 읽은 폴 오스터의 소설 <우연의 음악>에서도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상당히 비슷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을 만났다. 도박판과 그 결과로 시작되는 감옥같은 생활. 도박판은 만화가에게나 소설가에게나 인간 세상의 주요한 상징 가운데 하나인 모양이다.)

거창한 인간사에 대한 비유를 떠나더라도, 이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가위 바위 보 카드 게임을 보면서 이렇게 단순한 게임 속에서도 복잡 미묘한 온갖 전술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랐다. 이후에 등장하는 도박 게임들도 저마다 너무나 상상력이 넘쳐나는 게임들이라 계속 감탄하였다. 깊이 고민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도 10점 만점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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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1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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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도 명성이 자자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난 주에 겨우 1~3권을 읽게 되었다. 탁 펼쳐보니 그림도 상큼하고 예뻐서 기분좋게 읽기 시작했는데....

소문을 많이 듣다보니 이 만화의 기본 설정까지(철저하게 이미지 관리를 하던 우등생 여주인공이 라이벌 남학생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하게 되는데....) 알아버린 탓일까? 아니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생각했던만큼 참신하지는 않았다. 초반부에서는 여주인공의 캐릭터 묘사가 이 작품의 묘미인데, 그걸 미리 알고 본 내 잘못도 크겠지...

그래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집 안과 집 밖에서 달라지는 여 주인공의 돌변은 거의 변신 로봇 수준이다. (정말 귀엽다!) 그리고, 두 명의 여동생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상대적으로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직 초반부만 읽었으니 더 두고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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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브르 - 1,2권 합본 (양장) 비앤비 유럽만화 컬렉션 3
발락 지음, 이슬레르 그림, 이재형 옮김 / 비앤비(B&B)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시각적으로 무척이나 강렬한 만화이다. 단순히 A4 사이즈의 큰 판형이라서, 혹은 컬러로 인쇄된 만화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보아온 대부분의 만화 (국내 만화나 일본 만화)에서는 매 컷들이 전체 스토리를 위한 구성 요소로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는 한컷 한컷들이 저마다 거의 예술작품 수준의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모든 컷을 열심히 그리다가 어떻게 장편을 완성시킬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유럽 만화의 스타일이 이처럼 미학적인 면에 중점을 둔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막상 직접 접하고 나니 가히 충격적이다. 이 작품의 탐미적인 성향은 강렬한 그림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성격묘사나 스토리 전개에서도 두드러진다.

쌍브르 일가에게 내려진 운명적인 저주, 여주인공 쥴리의 광기로 가득한 사랑등이 격정에 휩싸인 채 숨가쁘게 펼쳐진다. 우리 정서에는 낯선 감이 있지만, 매혹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몇몇 프랑스 영화들을 보면 온통 광적인 사람들만 등장하는 것 같아 황당해 하곤 했는데, 그 작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만화의 멋진 신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한다. 대여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만화책이니 이왕이면 직접 구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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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의 자연주의 살림법
서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예쁘게 꾸며진 책이다. 많은 여성 사이에서 '이상적인 주부'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서정희씨의 살림법이 아기자기하게 소개된다. 그러나, 그녀의 유난스런 성격과 경제적인 풍족함, 이 2가지가 만났기에 이 '환상적인 가정'이 꾸며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로 하자.

물론 배울점은 많다. 그러나, 책에서 응용할 것은 응용하되, 비현실적인 부분은 잘 걸러가며 참고하는 편이 낫다. 서정희씨가 부엌을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놓은 모습을 보면, '이건 좀 심한 거 아냐?'하는 생각이 든다. 멋지다고 따라했다가는 부엌만 치우다가 하루 해가 다 질 것이다. 우리 주부들이여, 부엌 치우는 것 말고도 우리 스스로를 위해 할 일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

그리고, 이 책을 너무 열심히 읽다가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고문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왜 우리집 살림은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거지? 왜 내 솜씨는 이 것밖에 안되는 거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려면 끝도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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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아니야 1
야자와 아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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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적에는 순정 만화 킬러였지만, 요즘에 와선 순정 만화 내용들이 왠지 낯간지럽게 느껴지곤 한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겠지? 여전히 꾸준하게 만화를 챙겨보지만, 이제는 취향이 바뀌어서「몬스터」,「마스터 키튼」,「도박묵시록 카이지」,「시마과장」,「용」,「청천항로」같은 만화들이 더 재미있다.

어느날 문득 순정만화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일어 만화 가게 아저씨에게 요즘 잘 나가는 순정만화가 뭐냐고 물었다. '애들이 무척 좋는 만화'라며 내준 책이「천사가 아니야」였다. 왠지 낯간지러운 제목때문에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망설였지만, 그림체가 산뜻하고 귀여워서 읽기로 했다.

한권 한권 읽어가면서 이 만화가 마냥 '낯간지러운' 만화가 아니란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여느 고등학교에서든 일어날만한 (물론 주인공들은 '학생회'라는 선택된 상황에 속해있지만)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사건들이 비교적 현실성있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남녀 주인공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너무 건전하고 귀여워서 연신 미소짓게 만든다. '아~ 그 시절로 돌아가고파~' 만화를 읽는 내내 연신 터져나오는 탄성이었다.

까진(?) 10대들에게는 지루한 만화가 될 수 있고, 평범한 10대들에게는 '(주인공들이 학생회 간부라서 얄밉지만) 그래도 우리들 이야기'로 느껴질테고... 국민학생들에게는 '이상적인 중고등학교 시절'을 그린 연애 교과서로 여겨질테고.... 나같은 30대에게는 그 예쁜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 앨범'같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20대에게는? 그 나이에 이런 애덜 만화 읽고 있으면 안돼쥐~ 빨리 거리로 뛰어나가 연애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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