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두뇌개발 초점책 세트 - 전4권 (병풍책 2권 + 보드북 2권) - 0~2세 아기를 위한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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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흑백의 단순한 도형 속에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담겨있는지... 두달 된 우리 준연이는 이 책을 정말 심각하게 들여다 본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 때론 웃음이 나올 정도로.

아직 임신 중에 이 책을 처음 구입했을 때는, 과연 아기가 얼마나 좋아하게 될지 몹시도 궁금했었다. 태어난 후 2주 무렵부터 눈 앞에 보여주군 했는데, (어림없는 짓이라며 친정어머니로부터 구박도 많이 받았다...'자식 데리고 실험하지 말아라!') 40일경부터는 확실히 관심을 보였다. 한달까지는 촛점을 제대로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은데,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니 눈을 떼지 못한다. 흑백 모빌 역시 비슷한 관심을 보이고...

아쉬운 것은, 엎드려서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두달 정도의 아이에게는 이 책의 병풍 모양의 형태가 별로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누워있는 아이 눈 앞에 책을 들고 보여줄 수 밖에 없다. 한 페이지를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책을 들고 있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선 책 형태보다는 모빌 형태가 훨씬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가 좀 더 성장하면 책을 펼쳐놓고 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때쯤 되면 색상 구별이 가능해져 칼라 책 2권을 더 유심히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좀 부지런한 엄마들이라면, 좀 더 얇은 종이 카드에 흑백 도형을 그려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임신 중에 아기 모습을 생각하며 정성껏 흑백카드를 만드는 것도 나름의 태교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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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왔다
이시자카 케이 / 한솔미디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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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서는 소리소문없이 출판되었다 사라진 책이지만, <아기가 왔다>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끈 책이었다고 한다. 그 소문때문에 아직 미혼이었던 5년 전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었고...

하지만, 역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던 탓일까? 그 때는 몇장 읽다가 금새 흥미를 잃었던 기억이 난다. 책이 특별히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책 속에 펼쳐지는 육아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너무 머나먼 이야기로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임신을 한 후 5년 만에 다시 펴든 이 책은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확실히 책읽기도 때와 장소가 맞아 떨어져야 되는 모양이다.

이 책은 만화가인 저자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아기를 갖게 된 후, 임신 기간과 육아 기간에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진솔하게 적어나간 책이다. 만화가라서 그런지 엄마의 성격 자체가 독특해서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유머 감각도 대단하고, 흥분도 잘 하는... 한마디로 상당히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아기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시각 자체가 남다른 데가 있다.

아기에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육아에 극성을 떨지도 않지만, 아기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어느 엄마 못지않은 애정과 관심을 느끼게 된다. 자기의 머릿속 생각대로 아기를 만들어 가려 하지않고, 아기의 타고난 모습을 이처럼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엄마...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도 이런 멋지고 재미있는 엄마를 진정으로 따르지 않을까 싶다.

만화가라서 아기의 변화를 직접 재미있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어 그 삽화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저자의 아기가 종횡무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어휴 아기 키우기 정말 정신 없겠다' 싶기도 하지만,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던지는 메세지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 '아기 키우기는 놓치기 아까운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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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전라도 음식이야기
김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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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지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상차림에 여전히 자신이 없다. '시집가면 평생 할텐데'하면서 부엌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던 친정 어머니가 때때로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래서인지, 괜찮은 요리책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이름난 요리책들은 거의 다 구비하고 있을 만큼.

특히 한식 요리책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바로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냥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입안에 침이 그득해질 정도의 맛깔스런 음식들이 가득한데, 요리법들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들과는 다른 확실히 독특한 방법들이 눈에 띈다. 이게 바로 전라도 비법인가 싶다. 요리의 종류도 잘 선정해서, 저녁 준비 전에 혹시나 해서 찾아보면 생각하고 있던 왠만한 요리는 다 찾아 볼 수가 있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후배의 동창이라던가...) 이 책의 편집에 참여했다고 해서 전해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연예인 이름을 건 요리책의 경우에는 대부분 전문 요리사가 한명씩 붙어서 대부분의 조리법을 조언하는데, 이 책의 경우는 순전히 김수미씨 개인의 조리법만을 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김수미씨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얻어먹는 재미만도 상당했다고 한다. 연예인의 이름만 건 요리책을 보면 항상 속는 느낌이었는데, 직접 쓴 요리책이라는 사실이 참신하기까지 했다.(본의아니게 책 선전을 한 것처럼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김수미씨나 출판사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밝히고 싶다^^)

책 속의 요리 사진들이나 구성도 깔끔하고 잘 정리된 느낌이다. 초보 주부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맛깔스런 요리책이다. 이 책의 조리법대로 따라한 낙지볶음이나 콩나물국밥의 맛을 글로 전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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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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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폴 오스터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의 소설을 펼쳐들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시작은 '여기'에서 하지만, 결말에 가서 내가 '어디'에 던져져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 폴 오스터가 차표를 끊어준 우연의 기차를 계속해서 갈아타다 보면, 나는 정말로 낯선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거대한 괴물>에서도 그렇다. 소설 첫머리에서 '삭스의 죽음'이라는 종착역의 정체를 미리 통고받지만, 어떤 선로를 따라 그곳에 가닿을지는 도무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다.

'펜'을 들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싸우던 작가 삭스는 일련의 우연적인 사건들을 거치면서 전혀 새로운 투쟁의 수단을 찾게 된다. 그 과정 속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때때로 그 우연성이 너무 지나쳐, '우연을 이야기하는 작가' 폴 오스터가 쓰지 않았더라면 황당하고 작위적이라고 욕을 먹었을만도 하다. 이를테면, 삭스가 낯선 곳에서 우연히 살해한 사람이 친구 마리아가 아는 사람이라는 식의 우연...(그 넓은 미국 땅에서!)

하지만, 폴 오스터는 이런 작위적인 우연을 통해 오히려 우연의 본질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우리가 허구로 꾸며 내는 일들이 아무리 허무 맹랑하더라도 현실 세계가 끊임없이 토해 내는 예측 불가능한 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p.276)라고 말한다.

수많은 우연을 거치면서 삭스가 선택한 투쟁수단은 '폭탄'이다. 극단적인 변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펜'과 '폭탄'이 뭐가 그리 다른가? 그는 폭탄으로 미국 곳곳에 세워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폭파하고 다닌다. 자유의 여신상이 지니는 상징성를 고려해 볼때,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사건이 터졌다면 그 사회적 반향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의 테러 행위는 몇 개의 조형물을 박살내버린 것에 불과하다.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폭탄을 설치하는 삭스는 여전히 테러리스트라기 보다는 '상징'을 이용해 투쟁하는 인물이다. 그가 '펜'으로 싸울 때 그랬듯이.

치명적인 우연 속에 누군가가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지 모른다. 오히려, 거듭되는 우연과 그로 말미암은 선택의 순간들은 우리 자신의 본색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삭스에게 그런 '특정한' 우연들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폭탄'이 아닌 다른 수단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똑같은 사건들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다고 해서 그들도 역시 폭탄 테러리스트가 되었을까? 그것은 삭스에게만,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삭스에게만 해당되는 결말이었던 것이다. 낯설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결말. 그래서, 우리는 우연의 결과를 종종 '필연'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건지도 모른다.

때때로 내 자신이 놓여있는 곳이 무섭게 낯설 때가 있다. 험한 꿈을 꾸다 일어났을 때 옆자리에 잠들어 있는 얼굴을 보고 '이 사람이 누구야?'하고 놀라기도 하고, 눈 앞에 펼쳐진 방안 풍경이 새로워 '여기가 어디야?'하고 눈을 씻기도 한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삼십여년의 우연의 역사가 아찔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게 나때문이었음을 안다. 나의 '요모양 요꼴'을 차마 우연의 신 탓으로 돌리지는 못한다. 내가 단 한순간도 우연의 빗줄기를 피할 수 없었듯이,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난 적 역시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폴 오스터, 그는 분명 다음 작품을 자꾸 자꾸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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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안나 - 단편
배수아 원작, 변병준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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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배수아의 소설을 즐겨 읽지만, <프린세스 안나>의 원작은 미처 읽어보질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만화를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적당한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독창적이고 강렬한 그림체가 무척 마음에 든다. 특히 주인공의 안나의 눈빛은 여간해서 잊기가 힘들 것 같다. (원작자 배수아도 그녀가 궁금해하던 안나의 눈빛을 바로 이 만화 속에서 발견했다고 말한다.) 잔손이 많이 갔을 그림들이 때론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지지만, 어차피 이 작품은 쉽게 읽히기 위해 그려진 만화는 아니지 않은가. 한컷 한컷의 높은 완성도를 감상하다 보면 작가가 만화라는 매체에 무척이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 젊은 작가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는 힘을 익혀 훌륭한 장편 작가로 훨훨 날게 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장편에서는 그림의 힘을 조금 빼야 되지 않을까? <프린세스 안나>의 그림체가 그대로 이어지는 장편....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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