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전집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6월
구판절판


실재 reality" 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매우 불규칙하고 아주 믿을 만하지가 않은 무엇으로 보이는 것으로서 - 때로는 먼지투성이의 길가에서, 때로는 거리의 신문지 조각에서, 때로는 햇빛 속의 한송이 수선화에서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방에 모여 있는 한 그룹의 사람들을 밝게 비추고 그리고 어떤 한마디를 강하게 새기게 하지요. 그것은 별빛 아래 집을 향해 걷고 있는 사람을 압도하여 침묵의 세계를 언어의 세계보다 더 사실적인 것으로 만들고 - 그런가 하면 그것은 다시 시끌벅적한 피카딜리의 버스 안에서도 존재하지요. -197쪽

가끔은 또한 그것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그 특성이 무엇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그런 형체에도 기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이 손을 대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붙박아서 영원한 것으로 만들어놓지요. 이것이야말로 하루의 껍질이 울타리 밖으로 벗어 던져질 때 남아 있은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과거의 시간과 우리의 사랑과 증오에서 남겨지는 부분입니다.-198쪽

자, 그러니 작가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이러한 실재의 현존 속에서 더 많이 살아갈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실재를 찾아내고 모아들이고 우리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임무이지요. <리어왕>과 <엠마> 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나는 적어도 그렇게 추론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책들을 읽는 것은 감각기관에다 신기한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 우리는 더욱 강렬하게 보게 되지요. 세상은 그 덮개를 벗고 더욱 강렬한 삶을 부여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재가 아닌것과 반목하여 사는 사람들은 부러워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기울이지 않은 채 행해진 일들로 머리를 얻어맞는 사람들은 가련한 사람들이지요. 따라서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신의 방을 가지라고 부탁할 때 나는 여러분이 이 실재의 현존 안에서, 활기를 북돋워주는 삶으로 보이는 그런 삶을, 그것을 남에게 전할 수 있든 없든 간에, 살아가기를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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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0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런 내용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