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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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고 이런 색감 못낼꺼다.... ! " 주문한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가 도착하자마자 아들녀석과 함께 앉아 단숨에 읽었다. 아들녀석은 책속의 고양이처럼 따라하기 놀이를 하느라 정신없고, 나는 나대로 이 그림책의 색감에 빠져서 정신이 없었다. 아, 이렇게 친숙하고 정이 가는 색상들....정말 우리나라 색깔이란게 따로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그림책을 그린 권윤덕 작가는 <시리동동 거미동동>때부터 그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사실 울아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난 그림책 속의 제주도 바닷빛때문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내가 그림책 속에서 발견한 바닷빛깔 가운데 역대 1위라고나 할까^^ 우선은 그 깊이감때문에 눈물겨웠고 (과장이 아니다, 정말 그 색깔을 보니 말그대로 눈물겹더라) 그 바다빛이 알래스카의 바다빛도 아니고 발리섬의 바다빛도 아닌 바로 우리나라 제주도의 바다빛 그대로란 사실때문에 감동을 받았었다.

사실 나는 특별히 우리것을 찾는 사람은 아니다. 수많은 아름다운 번역그림책들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멋진 그림책들이 없는거야!' 하면서 불평을 해대는, 한마디로 서양색감에 물들대로 물든 사람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의 색깔들을 보면서 나는 '당연한 색깔'들이란 표현을 떠올려 보았다. 항상 우리 주변에 있기에 당연한 색깔들. 우리 자연의 색깔들이고, 우리 식구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색깔들이기에 항상 익숙한 색깔들. 당연하게 거기 있는 색깔들.

이국적인 색상들이 안겨주는 감동들은 분명 강렬하다. 하지만, '당연한' 색깔들이 주는 감동은 편하디 편하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에는 일상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색깔들이 담겨져있지만, 그 색깔의 향연들이 눈을 시리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당연한 파랑색이고 우리가 아는 당연한 분홍색들이라서 을긋불긋해도 눈이 편하다. 심지어 주인공 여자아이가 입고있는 블라우스는 서양식 리본무늬가 그려진 옷인데도, 그 색감이 희안하게 우리나라 색깔처럼 보인다. 그런 색깔을 뽑아내는 작가의 솜씨가 참 신기하다.

시각적인 면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책이지만, 그 내용도 심상치 않다. 특히 뒷부분의 반전 부분. 외톨박이처럼 고양이와 놀기만 하던 여자아이, 한순간 '나도 고양이를 따라할거야' 다짐하면서 마치 들고양이처럼 용기를 낸다. 고양이가 털을 곤두세우고 여자아이도 기운을 내뿜는 장면에선 소름마저 살짝 돋는다. 이 순간엔 아이가  들고양이 정도가 아니라 마치 작은 범처럼 보인다. 울 아들아이도 충격을 받았는지, '엄마, 지금 친구가 뭐하는거야?' 하고 묻는다. '겁이 많은 친구였는데, 지금 용기를 내는거야' 하고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끄덕. 알라딘의 미리보기만 보았을 땐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할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뒷부분의 내용때문인지 아들 녀석은 계속 다시 읽어달라고 조른다.

우리집 그림책 컬렉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번째 컬렉션은 울아들이 죽어라 재미있어하는 그림책들, 두번째 컬렉션은 내가 너무 갖고싶어 아들취향 팍 무시하고 소장용으로 산 그림책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는 아무래도 양쪽 컬렉션에 양다리를 걸치는 그림책이 될 듯 싶다. 마냥 예쁜 그림책만은 아니다. 사내녀석들에게 읽히기엔 너무 곱기만 한 책이 아닐까 망설이시는 분들, 염려놓으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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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0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예뻐요.. 저도 사야겠어요... ^^

Smila 2006-01-15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예쁘지만, 마냥 곱기만한 그림책은 아니예요. 강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