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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유치원 1 : 처음 유치원에 가는 날 ㅣ 공룡 유치원 1
스티브 메쩌 글, 한스 웰헬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평소에 아이들 그림책을 고르던 기준으로만 본다면, 이 책은 결코 내 관심을 못 끌었을 그림책이다. 일단은 비쥬얼이 읔... 만화같은 그림 스타일은 도대체 뭐며, 저 유치한 제목 글씨체는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이것저것 가릴 것없이 다급한 상황에서 (그렇다, 나름대로는 다급했다 ^^;;;) 이 <공룡유치원>시리즈 몇권을 구입했고, 지금은 정말 이 시리즈에 만족한다.
얼마 전에 울아들이 새로운 유치원에 편입을 했다. 전에 다니던 유치원에서 나름대로 잘 적응했던 터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별로 걱정을 안했고, 열흘 이상을 군소리없이 잘 다니길래 별 문제가 없나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자긴 죽어도 유치원을 안 다니겠단다. 겨우 겨우 유치원에 데려다놓고 아이가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아이가 교실 속 상황에 도무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아들놈을 적응시킬 방법들에 대해 상의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간 마음이 무거운게 아니었다. 검색창에 무작정 '유치원'이라는 단어를 쳐넣고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이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책표지만 보면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시리즈의 소제목들을 보니 엉터리 그림책은 아니겠다 싶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흔히 겪을만한 어려움들을 조목조목 제대로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 내용을 확인 안 해본 상태에서 시리즈 전체를 구입할 모험은 하기 싫어서 몇권만 우선 구입을 했는데... 아들과 함께 읽어본 후에 정말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애 표정을 보니 일단은 아이의 다친 맘을 어루만져 준게 분명했다. 책 속의 내용들이 아들아이가 막연히 갖고 있던 불안감이나 불쾌한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는지 얼굴이 금새 밝아지며 자꾸 다시 읽어달라고 졸랐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사실 자기의 감정조차 스스로 잘 모를 나이다.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상처입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공룡 유치원>시리즈는 유치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내 감정을 알고,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는지를 자상하고 실제적으로 알려준다. 다양한 아이들의 유형을 대표하는 공룡 캐릭터들이 반복해서 출연하기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아주 쉽게 꾸며져있다. 설렁설렁 쓰여진 책이 아니라, 아동학자들이 아이들의 발달심리 등을 고려해서 정성들여 만든 책인 듯 싶다.
이 시리즈 정말 마음에 든다. 시리즈 가운데 몇권만 구입했는데, 나머지도 다 구입 생각이다. 유치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께 정말 강추하고 싶은 시리즈. '울 아이들 유치원 잘 다니고 있는데...' 라고 안심하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도 한번 다시 생각해보시길. 이 시리즈의 다양한 상황들 가운데에는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상황도 분명 한두개는 있을테니.
( 참, 비쥬얼이 맘에 안든다고 누누히 떠들었지만, 의외로 계속해서 보다보면 정감이 가는 귀여운 그림체다. 동글동글한 공룡들도 볼수록 정이 드는 순박한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