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1
윌 퍼거슨 지음, 김정수 옮김 / 초당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난 자기계발서같은 걸 우습게 보는 척, 건방을 떨진 못하겠다. 10년 전인가 처음 구입했던 정리법에 관한 책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엔 '아침형 인간'까지, 적어도 1년에 1권 정도는 밑줄까지 쳐가며 열심히 탐독한 기억들이 남아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책들이 과연 나를 구원했던가? 예상은 하겠지만, 난 여전히 '정리'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며, 기상시간이 빨라졌다고는 하나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순수한 아침형인간은 아니다. 그렇다면 효과도 없고, 제목이 그 내용의 전부이며, 서로 구별도 안가는 자기계발서들을 사람들은 왜 읽는걸까?

로맨스 소설보다도 더 로맨스 소설같은 책표지의 <해피니스™>은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소설이다. (분홍색 겉표지에 데이지꽃 하나가 달랑 웃고있는 소설이 풍자소설이라니! ) 사람들을 기만하는 엉터리 자기계발서 대신, 정말로 모든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진짜' 자기계발서가 탄생한다면? 그 책을 읽고 모든 세상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면? 과연 그 변화한 세상은 우리가 꿈꾸던 세상일까?

언뜻 짝퉁 커트 보네거트를 연상시키는 저자 윌 퍼거슨은 (물론 보네거트보다는 여러 수 아래지만), 모두가 행복의 해답을 찾는 순간 역설적으로 세계의 멸망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진리를 깨달은 세상이라.... 그 세상이 무척이나 지루하리란 건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천년간 세워왔던 인류의 문명이 무너져버리는 것도 가능할까? 커트 보네거트의 우주적 농담에는 비유할 바 아니지만, 저자는 꽤나 거시적인 시각에서 인간사에 대한 농담을 풀어나간다. 인간본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착각, 자아완성에 대한 부질없는 희망, 데이지꽃으로 상징되는 그 유치한 욕구들이 어쩌면 인류를 이만큼 버텨오게한 원동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 일간신문에서 '정말 재미있는 소설입니다'는 기자의 글을 읽고 구입한 책이다. '정말'까지는 몰라도 상당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피시피식 키득키득 웃을 수있는, 골치 아플 필요없는 문명비판서. 소설 마지막에서 설교만 하지 않았더라도 별네개를 꽉 채워줄 수 있었을텐데. 내가 준 별점은 3.75 쯤 된다. (아마존 독자 평점은 별 네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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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9-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스밀라님. 오랜만이죠?^^

Smila 2005-09-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이죠? ^^ 블랙 코메디 좋아하는 분들은 재미있어하실 소설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