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1년 12월
구판절판


내 자투리 책꽂이의 가장 귀중한 부분을 가려내야 한다면, 아마 나는 이 지질학적 표본들을 묘사한 몇 페이지를 고를 것 같다. 극지방 탐험의 연대기에는 수많은 승리의 순간이 있고, 우스꽝스러운 시간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이 연대기에는 죽음도 가득하다. 이 책들이 나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은 순교자가 되려거든 목적을 잘 택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민족주의, 종교, 인종 등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만, 16킬로그램의 돌이 든 가방과 그것이 상징하는 사라진 세계도 목숨을 걸기에 과히 나쁜 명분은 아닌 것 같다. -스콧의 남극 원정 다이어리 관련해...-50쪽

시카고 대학 출판부의 페이퍼백 편집자 매기 히브너는 절판본 목록에 새 책을 추가할 때마다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 영인본을 만들 수 있는 깨끗한 책을 부탁한다고 한다. "남자 저자는 보통 몇 주 뒤에 아주 깨끗하게 보관했던 책을 보내는데, 약간 먼지가 묻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데는 완벽해. 그런데 속표지를 펼쳐 보면 늘 똑같은 말이 적혀 있지. '어머니께'."
그것이 진짜 헌사다. 이 헌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편집자가 전화를 하기까지 그 헌사로 빛이 났던 책이 응당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의 서가의 명예의 전당에. 그리고 그 책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헌사를 달고도 헌책방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은 얼마나 우울한가.
-90쪽

나 자신이 받아 본 최고의 헌사...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것은 당신의 책이기도 해. 내 삶 역시 당신 것이듯이."-93쪽

311페이지짜리 소설을 쓰면서 e라는 철자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프랑스의 실험적 작가 조르주 페레-106쪽

"새로 책을 찾아 나서는 길은 언제나 인도 제도로 항해하는 것이며, 묻힌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이며, 무지개의 끝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그 끝에 금이 든 단지가 있든 그저 즐거운 책 한 권이 있든,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늘 경이가 넘친다."-빈센트 스타렛-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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