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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을 기다리며 - 개정판
마사 베크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이 넘어 아기를 가진 한 어머니가 있었지요. 병원에 갔더니 당장 기형아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더랍니다. 노산이라 아이에게 기형이 있을지 모르니 얼른 검사해서 지울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소리였지요. 깜짝 놀란 이 어머니, 절대로 그런 검사는 하지 않겠다고 우기고 병원을 옮겼고, 열 달 뒤에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어머니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과 둘이 세상과 용감하게 싸우면서 살고 있는데요. 딸의 친구들이 딸을 놀리거나, 세상이 고개를 외로 꼬고 두 모녀를 바라볼라치면 주눅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싸우라고 가르치는 사람이랍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고개 숙이고 숨어 살 필요가 없다고요.
시골에서 살고 있는 또 한 어머니는 자기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너무나 기가 막혀 한동안은 세상 살기가 싫어졌더랍니다. 그러다 얼마가 지나서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던걸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새롭게 배운다고, 그 아이가 있어서 지금껏 '다르다'는 것에 자신이 얼마나 편협하게 갇혀 있었나 알게 된다고요.
<아담을 기다리며>를 읽는 동안, 그 세 사람의 어머니 얼굴과 줄곧 함께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지성이라는 하버드에서 장애아를 가진 어머니가 살아남는 일은 차라리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요. 커다란 편견과 맞서 성실하게 자기 삶을 버티어 내는 마사 베크의 일상의 기록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기록이 힘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그 사람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저절로 그 사람의 향기까지 더불어 낚아 올리게 되는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해 줍니다.
'사랑하면 눈이 먼다는 말은 아주 틀린 말이다. 사랑은 지상에서 오직 하나 우리에게 서로를 가장 정확하게 보게 해 주는 것이다.' (본문 234쪽)
마사는 남들이 '모자란다'고 혀를 끌끌 차는 자신의 아들 아담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다시 배웠습니다. 오히려 '정상'이라 자부하는 이들의 모난 마음에 연민을 보이게 되지요. 그런 어머니 덕분에 독자들은 <아담을 기다리며>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고요.
<휠체어를 타는 친구>나 <다이고로야, 고마워>, 그리고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