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구판절판


'ㄹ'은 삶의 소리다. 'ㄹ'은 'ㄱ'하고만이 아니라 'ㄷ'하고도 맞선다. 'ㄷ'이 닫힘의 소리라면, 'ㄹ'은 열림의 소리다. '닫다'와 '열다'에서 이미 그 두 소리는 표나게 대립한다. 살아 있다는 것, 열려 있다는 것은 흐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ㄹ'은 액체성의 자음이다. 그 액체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동사 '흐르다'에 이미 이 'ㄹ'이 흐르고 있다. -43쪽

'ㅇ'과 'ㄹ'이 동거하면 그 말에선 탄력과 흐름이 동시에 느껴진다. 어슬렁어슬렁, 방실방실, 싱글싱글, 빙글빙글, 벙글벙글, 달캉달캉, 팔랑팔랑, 찰랑찰랑, 펄렁펄렁, 종알종알, 설렁설렁, 옹알옹알, 알쏭달쏭, 뱅그르르, 날쌍하다 같은 말들이 그렇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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