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허스님의 차 - 아무도 말하지 않은 한국전통차의 참모습
지허 스님 지음 / 김영사 / 2003년 1월
절판


한국 전통차는 완전 야생으로 자생하는 차나무에서 난 잎을 일일이 손으로 비비고 덖어 만든 것이다. 한국 전통차는 비전박토에서 잡초와 더불어 사는 차나무의 삶에서부터 자연공동체 정신에 충실하다. 조상들은 일찍이 차를 '덖고 볶는' 한국 특유의 차 법제를 터득하여 중국이나 일본 차와는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차를 창안하였다. -15쪽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깨끗한 것이건 더러운 것이건 아름다운 것이건 미운 것이건 존재한 만큼 소멸한다. -36쪽

자생 차나무의 사계는 아름답다. 초봄에는 참새 혀처럼 어린 순이 올라와 한없이 싱그럽고 여름에는 짙은 녹색으로 이파리마다 그 잎가에 톱니를 둘러 청정하며 가을에는 까실한 햇볕에 농익은 잎들을 반짝이며 드높은 하늘을 향하고 초겨울에는 암팡진 씨망울을 맺으며 심심산골의 수줍고 첯ㅇ순한 아가씨 같은 차꽃을 피운다. -51쪽

생선에 비유를 하자면 싱싱하면 굽고, 좀 덜하면 찌거나 끓여 먹고, 몇 년이고 오랫동안 두고 먹으려 할 때는 젓갈을 담근 것과 같이, 구운 생선은 덖음차요, 찌거나 끓인 생선은 찐 차이며, 젓갈은 보이차와 홍차라 할 것이다. -92쪽

좋은 차가 담긴 차관에서는 처음에는 하늘땅이 생기기 이전의 향이 나고, 조금 뒤에는 새털구름 어린 가을 하늘의 향이 나며, 좀더 뒤에는 온산의 초목이 움트는 오색의 봄날 향이 난다. 또한 이 덖음차의 냄새는 산골마을 담 밖에서 나는 된장 끓이는 은은한 냄새요, 타향에서 그리는 고향집 숭늉 냄새며, 초가지붕 위로 떠오른 한가위 달 같은 그런 맑은 냄새며, 한겨울 불지핀 온돌방의 아랫목 같은 정든 냄새이다. 그리고 이 따뜻한 차향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향이다. -134쪽

일본과 우리 불교 문화재 가운데 미륵반가사유상이 있다. 지혜의 얼굴 표정은 경직되기 쉽고 인정의 얼굴 표정은 화사하여 완만해지기 쉽다. 여기에서 이 두 표정이 완전히 불이(不二)로 표현된 것이 미륵반가상의 미소이다. 또한 석가로부터 이심전심한 가섭의 미소이기도 하다. 서양의 대표적인 미소가 모나리자의 미소라면 동양의 대표적인 미소는 미륵반가상의 남성적 미소이다. 이 미소는 입만 웃는 것이 아니요, 얼굴만 웃은 것은 더더욱 아니며 온몸으로 웃는 것이요, 마음이 웃는 웃음이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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