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AG건축기행 1, 옛절에서 만나는 건축과 역사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02년 4월
구판절판


선운사 마당은 동서로 길쭉하다. 자칫하면 휑하고 멍청한 마당이 되기 쉬웠으나, 약간 돌아앉은 노전채가 긴 마당을 두 개로 쪼개어 한 부분은 대웅전에, 다른 한 부분은 영산전에 속하도록 시각적으로 구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언젠가 노전채를 철거하고 말아 선운사 마당은 염려대로 비례가 맞지 않는 멍청이가 되어 버렸다. -54쪽

판전을 산줄기로 삼아 인공적으로 만든 계곡 같은 마당. 계곡에서 부는 골바람은 판전 내부로 들어가 대장경판의 부식을 막아 준다. 네모난 공간이나 좁고 긴 공간에 익숙한 우리의 공간감을 해체하면서 감동적인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공간을 '역복도형 공간'이라 부른다.-해인사-83쪽

종파와 교리가 바뀌었지만 과거의 형식을 존중하여 보존하고, 그 위에 새로운 형식을 추가했던 옛 스님들의 겸손과 지혜야말로 한국 불교의 역사를 아직도 지속시키고 있는 근본적인 힘이 아닐까? 화엄사 앞 마당에 설 때마다 감사할 수밖에 없는 건축적 장면이요, 역사의 증명이며, 교리적 화합이다.-93쪽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도 이곳 문수사에서는 지극히 민중적인 모습이다. 조선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민중층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 불교의 당시 형편을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116쪽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은 건축물이라기보다는 공예품에 가까울 정도로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건축은 수덕사 대웅전을 비롯하여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 열 손가락이 남을 정도이지만 그 당당한 기품과 아름다움은 조선시대 건물을 압도한다. -135쪽

옛사람들은 직선을 곡직하다고 표현했다. 휘어진 듯 곧으며, 곧은 듯 휘어졌다는 의미다.-144쪽

폐허에 서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한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남은 것이 적다고 가치와 감동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부수어지면 부수어진 대로 감동의 깊이느 ㄴ더해간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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