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산'은 먼눈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꽃에 취하면 새싹이 눈 밖으로 사라지고, 눈 뜨는 한 잎사귀에만 눈길을 주면, 산은 천만리 밖입니다. 아득한 눈길로 먼 산 바라보면, 산은, 커다란 꽃으로 우리 앞에 벙글어집니다.
산에 사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신록'이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다고. 봄산은, 신록이라는 말로는 가둘 수 없는 생명의 경이를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그 선물은, 알면서도 속아 주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아니라, 깜빡 졸다 눈 뜨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살아 있음' 그 자체를 축복이게 하는 선물입니다. -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