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품절


자기 인생을 누구에게 이해받을 필요는 없다. 이해라는 건, 자식이나 마누라가 아닌, 맞은편 막걸리 집에서 몽롱하게 취해 바라보는 어느 손님이 뜻밖에 해 줄 수도 있는 일이다. -15쪽

나이가 마흔쯤 되면 버릇이 옹이처럼 삶에 박힌다. 무심코 반복되는 그것들 속에 욕망도, 상처도, 사는 방식도 다 들어 있다. 생계 문제로 벌이는 게 아닌 한 도둑질도 연쇄살인도 결국엔 버릇이다. 그러니 삶을 바꾸려면 버릇을 바꾸어야 하는데, 버릇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먼저 바꿀 수가 없다. 나이 사십을 넘긴 사람에게 버릇을 바꾸라고 할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61쪽

가난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내면에 담담한 자부심이 있으면 가난한 생활은 쓰르쓸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못난 자의식으로 늘 세상과 대결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속물스러운 사람들을 경멸하며 의연한 척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초조해하며 나에게 없는 것들을 욕망했다. 아내의 인생도 그런 나를 고단하게 지켜보는 것으로 소진되었다.-182쪽

의미는 기억에 있다고 생각한다. 행위가 아니라 기억에. 때문에 의미는 시간이 지나간 후에 만들어진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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