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던 프린스-휴즈 지음, 윤상운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절판


나는 뒤로 물러섬으로써 앞으로 나아갔다. 내 속에 있는 가장 원시적이고 오래된 곳으로 물러섰다. 내 마음 속 깊고 고요한 곳, 진화의 숨결이 고대 인류와 함께 멈춘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의 최초이자 최고의 친구인 고대 왕국의 백성들, 사로잡힌 고릴라 가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내 영혼이 세상의 일그러진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된 채 창살에 갇혀 힘겨워하며 의미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있을 때,ㅏ 우리에 갇힌 고릴라들이 거울처럼 내 영혼을 비춰 주었다. 너무도 예민한 고릴라들은 그들 자신, 모든 것의 의미와 배경, 세상, 그리고 나에 대한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12쪽

나는 서른여섯이 되어서야 아스퍼스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아동기에 그런 진단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서른여섯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의식한 채 소외되고 단절되고 상처받으며 긴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었는지,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가닝 걸렸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43쪽

나는 학교에서 히피로 알려졌다. 나의 틱 장애, 독백, 예민함, 비난에 대한 무감각과 권위에 대한 의심, 교제에 대한 경멸과 사회적 상호작용 회피, 나의 정치적 신념, 철학과 인류학에 몰두하는 것, 내 이상한 옷차림과 말하는 스타일 모두가 철저한 배척과 적극적인 공격의 대상이었다. -85쪽

분노를 억누르고 신체적 공격을 받으면서도 나를 방어할 권리를 포기했던 이 시절의 경험은 그 뒤 노숙자 생활을 버텨내는 데 버팀목이 되었다. -87쪽

뒷날 유리벽 안에서 살고 있는 고릴라와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우리의 삶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되는 동물과 댄서들은 악의에 찬 욕설과 왜곡된 시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109쪽

갇힌 자도 이름이 있고 그를 필요로 하는 가족이 있으며, 과거를 딛고 서서 미래를 꿈꾸는 개인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똑같은 과거를 갖고 있고 똑같은 미래를 꿈꾸기에 남들과 다른 꿈을 꾸고 다른 과거를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 잊어버린다. 나는 감옥에 갇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오른발은 언제나 감옥 안에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왼발을 감옥 밖으로 내미는 느낌이다. 나는 하나의 사람이자 영장류로서, 자유로운 존재이자 갇힌 존재로서, 고릴라이자 고릴라를 배우고 싶어하는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알고 싶었다. 나는 고릴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132쪽

나는 말이 필요없이 대화하고 싶은 갈망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소음이 계속될 때 조용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장소와, 세상이 혼란스럽게 돌아갈 때 숨을 수 있는 은신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았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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