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가죽의 소리이고 피리는 바람의 소리이다. 징은 쇠의 소리고 목탁은 나무의 소리이다. 소리의 근본은 물物을 넘어서지 못한다. -24쪽
멀리서 가물거리는 별들은 바람 부는 쪽으로 쏠리면서 깜박거렸다. 멀리서 가물거리는 별들은 바람에 불려가듯이 사라졌다가 바람이 잠들면 어둠 속에서 돋아났다. 별들은 갓 태어난 시간의 빛으로 싱싱했는데, 별들이 박힌 어둠은 부드러웠다. -93쪽
-나를 그저 내버려두시오. 신라가 가야를 멸하더라도, 신라의 땅에서 가야의 금을 뜯을 수 있게 해 주시오. 주인 있는 나랑에서 주인 없는 소리를 펴게 해 주시오. 이사부는 섬칫 놀랐다. ... 이 자는 대체 누구인가. 이 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 자가 소리로 저 산맥을 건너가려는 것인가. 이 자는 나와 같은 자인가. 이 자는 나의 적인가. 양쪽 다인가... -289쪽
'그'나 삼인칭을 주어로 하면 나는 글을 쓰기가 매우 힘들어져요. 왜냐하면 삼인칭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김지하 선생은 삼인칭의 바다로 나가자고 했고 황석영이나 조정래 선배 같은 사람들은 삼인칭 주어를 가지고 당대 전체, 시대 전체 구조나 기층을 섭렵하잖아요. 하지만 나는 갈 수가 없는 거예요. -대담 중-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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