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찻잔 놓기 -권여선 야심이나 권력욕이 그다지 추하지 않게, 오히려 고급스런 액세서리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사람-72쪽
내 비밀스런 이웃들 -김숨 나는 잠들며 베란다 빨래건조대의 걷지 않은 빨래들을 생각했다. 나는 내가, 빨래들이나 생각하며 잠들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나 빨래들말고 내가 딱히 생각해야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106쪽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신조 플라스틱 밀폐용기 속에 오래도록 신선하게 보관 중인 듯한 부주의와 권태와 경멸과 죄책감과 조바심.-164쪽
벌레들 -김애란 서로의 물이 물처럼 편안하게 섞이는 느낌... 자리끼를 찾듯 머리맡을 더듬거리다 그냥 그러게 엉켜버리는 관계. 아찍하게 파도를 타는 게 아닌 깊은 물속을 유영을 하는 식의, 평범하고 아득한 정사.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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