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김용택 지음 / 푸르메 / 2008년 2월
품절


아무리 부질없는 삶일지라도 의미 없는 삶은 없다. 이 세상을 흐르는 저 강물이 어찌 무의미하겠는가. 어찌 아무런 뜻이 없겠는가. 그는 이따금 어둔 산속에서 어둠을 들치고 지금도 우리 곁으로 걸어나온다. -59쪽

구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봄이면 구이 가는 길은 더욱 아름답다. 길가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핀 하얀 조팝꽃이며, 우리네 누추한 삶의 버짐처럼 희게 피어나는 산벚꽃, 지붕 위로 피어나는 살구꽃, 아슬아슬한 벼랑에 피어나는 애처로운 산복숭아꽃 꽃빛은 나를 어지럽게 흔든다. 어쩌자고 봄이 오면 저 꽃들은 저리도 흐드러지는지. 평화동 형무소를 막 지나면 정리되지 않는 골짜기의 봄과 가을 아침, 그리고 저녁 햇살이 나를 사로잡는다.
늦은 가을 미나리들은 빈 들에서 그 얼마나 새뜩하게 푸른가. 아, 눈 쌓인 모악의 그 넉넉한 자태며, 비 개인 날의 그 아기자기한 골짜기들, 산이 시작되고 들이 시작되는 모악. 수많은 전주의 화가들이 이 모악을 그렸지만 아직도 모악은, 모악이다. -86쪽

촌놈들은 세상을 머뭇거린다. 변하는 세상이 두렵고 얼른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다.-106쪽

두세두세 주저앉고-138쪽

시인이어서도 아니고, 시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훌륭한 혁명가여서도 아닙니다. 그 이전에 당신들은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을 빼고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는 그 생각 하나로 나는 살아갑니다. 혁명을 하자는 것이 나에게는 아름다운 사람의 정신을 이루어보자는 것 이상이 아니었으니까요.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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