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용의 작품인 영웅문에 대해서 썼으니까 오늘은 양우생의 작품인 명황성에 대해서 써야겠다. 이 책도 영웅문을 다 본 직후에 영웅문 표지 어디엔가 명황성을 소개한 걸 보고 산 것이다. 명황성의 주인공은 장단풍으로 1,2,3부 모두 주인공으로 나온다. 2부에서 우승주가 주인공인줄 알고 보다보면 곧이어 장단풍이 등장하고 그때부터는 장단풍 이야기만 나온다. 3부에서는 장옥호가 등장하다가 우승주로 넘어가길래 이번엔 우승주가 주인공인가 보다 생각할 찰나에 다시 장단풍이 끝을 맺어버린다. 게다가 무공의 상승은 갈수록 끝이 없을 지경이다. 확실히 영웅문과는 다른 색깔을 갖고 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얼마전에 중국드라마를 방영하는 케이블 TV에서 평종협영록이란 무협드라마가 나왔었는데 보아하니 명황성 1부를 원작으로 하는 것 같았다. 그 드라마에는 KBS 북경 내사랑의 여주인공 양쉐이(배우 이름은 모르겠다)가 명나라 공주로 나오는 것 같아서 관심을 가졌다가 명황성이란 걸 알아채게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고 명황성의 등장인물과 배경들을 소재로 삼았을 뿐이다. 덕분에 명황성 1부를 다시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위에 있는 책은 홍세화와 박노자가 쓴 책들이다. 우리안의 파시즘은 여러 사람들이 썼는데 그 중에 박노자가 쓴 것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면서 동시에 이방인이기도 한 묘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통해서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한 내부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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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의 고전중 고전이랄 수 있는 영웅문이다. 디씨인사이드 도서 갤러리에서도 무협지에 관한 문의들이 올라오면 대부분이 이 영웅문을 읽어볼 것을 권장하는 글을 많이 봤다. 나는 이 책을 군대가기 전에 사모으기 시작했다. 원래 제목은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이다. 김용의 작품은 이것말고도 소오강호, 천룡팔부, 녹정기 등 유명한게 많지만 책으로 본것은 영웅문과 청향비 뿐이다. 청향비는 역시 고려원에서 나왔는데 원제목은 서검은구록으로 기억하고 있다. 영웅문을 다 보고 난 후에 청향비를 샀었는데 제대하고 보니까 이 책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영웅문의 주인공 곽정, 양과, 장무기는 각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데 곽정은 대의를 가장 숭상하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원에 대항하는 송나라 사람의 절개가 지나친 한족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양과는 가장 반항적인 인물이지만 결국은 곽정을 쫓아가고 만다. 장무기는 뛰어난 무공과 명교의 지도자로 원에 대항하지만 뭔가 어리숙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구음진경, 암연소혼장, 구양진경, 악비의 병법서 등 관심을 끌만한 소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소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 소설은 읽는 동안 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바로 옆에 있는 것은 몇년전에 나왔던 와호장룡의 원작인 청강만리다. 이것도 원제는 철기은병으로 기억한다. 영화의 원작은 1부에 기초하고 있는데 나도 2부와 3부는 사보지 않았다. 당시에 읽었을 때는 영웅문에 비해서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였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최고의 비급도 별로 안보이는데다가 당치도 않게 옥교룡이 이무백과 나소호를 제치고 주인공 행세를 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마초적인 근성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 옆에 있는 것은 열정과 냉정사이 블루와 로소다. 무협지보다 더 최근에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 이름들이 안떠오르는 것을 보면 재미가 없어서일까 싶지만 대강의 줄거리가 기억나는 걸로 봐서 이름이 석자라서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왼쪽 위에 눕혀져 있는 것은 노무현 관련 책과 유시민의 책이다. 가능하면 장르별로 묶었는데 저 책들은 정당별로 묶인듯이 보이게 되었다. 오른쪽에 있는 것들은 아무 관련없이 남은 것들을 빈공간에 집어 넣은 것이다. 가운데 것은 캘리니코스가 쓴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인데 책을 못 구해서 제본한 것이다.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트로츠키가 제대로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바닥에 있는 것은 영어 성경인데 아마도 고등학교 때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이 내가 읽은 최초의 영어 원서가 아닐까 싶은데 고어가 너무 많아서 지금은 도저히 성경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저자를 지금 보니까 킹 제임스로 우리나라에서는 침례교 쪽에서 보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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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과 북새통 뒤에 쌓여있는 책들은 효원이라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발간되는 교지다. 정확히는 학교에서 발간하는게 아니라 교지편집위원회(일명 교편)에서 만들고 교편은 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효원이란 명칭은 부산대를 이르는 또다른 말인 새벽벌의 한자말이고 대강 그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장 먼저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곳의 이미지를 풍기지만 그런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가 주역에 기초해 있지만 그것에 별 관심없이 단지 국기로 생각할 뿐이듯이 말이다.

내가 이 학교를 다닌지 군대 포함해서 10년이 넘어 11년째인데 초기에는 이 교지 효원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에는 학내 언론 3사가 있었는데 교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고 또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교지에 대해 학생운동의 특정정파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관지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4번 나오는 이 교지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애독자가 되어 버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학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져 가는 반면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랄까 하여튼 교지도 어느샌가 나의 수집품중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학내와 사회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조명 그리고 학생들과의 소통의 시도들이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잘 집어내 주고 있다.

효원 말고 학교 안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매체가 있는데 그것은 부대신문(군부대가 아니라 부산대)이다. 안나오는 기간도 있지만 나오는 동안에는 1주일에 한번씩 나와서 학내의 상황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십자말 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더 신속히 접할 수 있는 곳은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일테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글의 과잉으로 섣불리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부대신문은 학교안에서 내가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매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매체가 있는데 헐스토리라고 하는 여성주의 잡지이다. 이것도 원래는 계간의 형태로 나오지만 올해는 예산문제로 한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조만간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서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여성주의 잡지이지만 그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곳곳에서 아직도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혀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곤 한다. 또 여성에 대해 잘 모르던 것을 알 수도 있고 글 자체도 매우 재미있어서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학교를 다니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효원과 부대신문과 헐스토리를 계속 접하면서 지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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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 2005-01-0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같은 학교시네^^ 근데 정말 책이 많으시네요. 돈 마니 버셔야겠어요~

slshoon 2005-01-0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문이라니 반갑습니다. 돈은 많이 못벌고 다만 다른데 쓸 돈을 아껴서 사는 편입니다. 가끔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좀 있어서 그럴땐 힘듭니다.ㅠ_ㅠ;
 


작년 언젠가 고스트바둑왕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다 본 적이 있었다. 바둑에도 약간 관심이 있었고 간만에 본 애니라서 그런지 정말 푹 빠져서 봤다. 다 본 후에 뭔가 끝이 이상한 것 같아서 만화책을 알라딘에서 구매를 했다. 그런데 웬걸! 내용이 애니메이션과 거의 똑같았다.(아니 정확히는 애니메이션이 원작에 대단히 충실했다.) 만화책에서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할 무렵에서 애니메이션이 끝나는데 만화책을 2부를 제대로 시작하는 듯 하다가 어정쩡하게 끝나버려서 얼마나 허무했는지 모른다. 히까루가 한국의 고영하한테 지는 걸로 끝나서 지금의 바둑 정세를 제대로 반영했느니 어쩌니보다도 2부가 얼마 가지도 않아서 끝나버렸다는데 더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완결편까지 갖고 있다는 안도감에 다행해야 할까?

고스트바둑왕을 방에 둘려니까 책장에 마땅히 빈 곳도 없고 아직 책장을 살 만한 여력도 안되서 책상아래에다가 쌓아뒀다. 옆에 조금 보이는 부분은 바로 앞에 올린 북새통이 쌓여있는 자리다. 보통 의자에 앉게되면 발을 북새통 위에다가 올려놓는다. 계속 쌓여가면 어쩔지는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고스트바둑왕은 내가 대학들어와서 처음으로 산 만화책이다. 대학 들어왔다고 만화책을 기피한 것은 아니고 주로 만화방에서 보거나 책방에서 대여해서 보다가 정말 오랜만에 소장해보고 싶은 욕심에 그랬다. 잠시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다. 당시에도 만화를 좋아했지만 더욱 좋아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아이큐점프라는 주간 만화잡지에서 드래곤볼을 연재하면서 나는 일본만화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전에 단행본으로 봤던 만화들이 대부분 일본에 원작이 있는 걸 그대로 베낀 거라는 걸 일본만화를 보면서 깨닫게 되면서 붉은 매, 열혈강호 등 몇몇 만화를 제외하고는 일본만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만화책들을 용돈 아껴가며 직접 사서 모으는 재미에도 빠졌다. 그 첫 시작은 당연히 드래곤볼이었고, 나중에 북두신권과 시티헌터로 이어져갔다. 그런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던 국내에서는 포켓북 형태로 드래곤볼, 북두신권, 시티헌터 등이 시중에 나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드래곤볼 단행본을 아이큐점프에서 출간하는 것을 중단하는게 아닌가. 그 때 23권 쯤에서 끊겨 버렸을 때 느꼈던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설마 여기서 중단할리가 없다면서 끝내 기다리던 어느날 나는 그동안 모아놨던 만화책을 박스에 담고 헌책방으로 갔다. 별다른 흥정없이 헌책방 주인이 건네준 금액은 채 만원도 안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포켓북이 사그러들기 시작하자 아이큐 점프에서는 드래곤볼 단행본을 다시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다시는 만화책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던게 벌써 십년이 넘었다. 아이큐점프는 몇년전 드래곤볼 오리지날 무삭제판을 다시 간행했다. 북두신권도 원래 제목인 북두의권으로 소장판으로 출간되었다.

다시 돌아와서, 고스트바둑왕을 보고 난 후 인터넷바둑을 열심히 뒀다. 엠게임, 한게임, 넷마블 세 곳에서 동시에 시작해서 엠게임에서는 18급에서 10급까지 올렸지만 지금은 바쁜(?) 관계로 바둑을 접은지 수개월이 지났다. 만화책을 본지도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지금도 가끔은 늦은 밤 귀가길에 집근처 책방에서 만화책을 대여해서 보곤 한다. 책도 나에게 많은 것을 줬지만 만화책도 나에게 짧은 순간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더불어 소장하고픈 만화책을 접한다면 더할나위가 없다. 누가 나에게 그런 만화책을 소개해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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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제 읽은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2에 있는 6월 항쟁의 장면(으로 추정)이다. 아마도 서울인 것 같은데 나는 줄곧 부산에서 살았지만 6월항쟁은 당시 부산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사실 별로 기억나는 건 없는데 어느 날인가 등교하는데 아침부터 시위가 있었는지 (아님 전날 엄청나게 뿌려댄 탓인지 모르겠지만) 최루탄 때문에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학교에 도착한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인데 차도에 차가 하나도 안보이다가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줄줄이 행진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개월후 대선이 있었고 그게 지금 당시를 기억하는 전부였던 것 같다. 정작 87년 6월항쟁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이런 현대사를 다룬 책들을 보면서 부터였으니 역사의 중요한 현장을 지켜보고서도 몰랐던 것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으니 책의 위력이란 이런거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살아있는 시대의 일도 역사에 담긴다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현재성을 알 수 있었다.


제목과 맞는 얘기는 여기서부터다. 나는 부산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학교 앞에 있는 서점들 중에 청하서림이란 데가 있다. 몇번 책을 사긴 했지만 보통은 알라딘을 통해서 책을 구매하기 때문에 나랑은 별로 인연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하철로 가는 길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이 서점의 문앞에 뭔가가 쌓여있는 것을 봤다. 서점이름이 찍혀있는 책자이길래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이 책자의 원래 이름은 북새통이었다. 그걸 발견한게 올해 4월이었고 이 안에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달이 실려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한달에 하나씩 집어가기 시작했다. 서평이라든지 특집 기사라든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 MBC에서 화요일 자정 넘어 행복한 책읽기란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매주 보다가 어느날부턴가 사라져 버린 후 그 공백을 이 잡지가 메꿔주고 있다. 올해 4월 이후로는 이 책자에 소개되는 책중에서 나와 코드가 맞아떨어지면 알라딘에서 그 책을 주문하고 있다. 결국 청하서림은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요새는 북새통 말고도 참고하는 게 하나 더 생겼다. 디씨인사이드의 도서갤러리가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 자주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대부분 나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은 사람들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게시판에 올려서 문의하는 사람들도 제법 보게된다. 물론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이 만개한 글을 읽는다는게 고역이긴 하지만 점점 적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근데 알라딘에서도 여러 서재들이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한번 보면 어찌되는 끝장을 봐야하는 성미때문에 알라딘 서재들은 나에게 그저 바라보기만하는 바다일뿐 나침반을 가지고 항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괜찮은 서재를 소개하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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