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과 북새통 뒤에 쌓여있는 책들은 효원이라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발간되는 교지다. 정확히는 학교에서 발간하는게 아니라 교지편집위원회(일명 교편)에서 만들고 교편은 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효원이란 명칭은 부산대를 이르는 또다른 말인 새벽벌의 한자말이고 대강 그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장 먼저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곳의 이미지를 풍기지만 그런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가 주역에 기초해 있지만 그것에 별 관심없이 단지 국기로 생각할 뿐이듯이 말이다.
내가 이 학교를 다닌지 군대 포함해서 10년이 넘어 11년째인데 초기에는 이 교지 효원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에는 학내 언론 3사가 있었는데 교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고 또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교지에 대해 학생운동의 특정정파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관지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4번 나오는 이 교지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애독자가 되어 버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학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져 가는 반면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랄까 하여튼 교지도 어느샌가 나의 수집품중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학내와 사회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조명 그리고 학생들과의 소통의 시도들이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잘 집어내 주고 있다.
효원 말고 학교 안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매체가 있는데 그것은 부대신문(군부대가 아니라 부산대)이다. 안나오는 기간도 있지만 나오는 동안에는 1주일에 한번씩 나와서 학내의 상황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십자말 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더 신속히 접할 수 있는 곳은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일테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글의 과잉으로 섣불리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부대신문은 학교안에서 내가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매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매체가 있는데 헐스토리라고 하는 여성주의 잡지이다. 이것도 원래는 계간의 형태로 나오지만 올해는 예산문제로 한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조만간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서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여성주의 잡지이지만 그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곳곳에서 아직도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혀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곤 한다. 또 여성에 대해 잘 모르던 것을 알 수도 있고 글 자체도 매우 재미있어서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학교를 다니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효원과 부대신문과 헐스토리를 계속 접하면서 지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