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합격하고 입학을 기다리던 어느날 서면의 한 서점에서 책을 골라서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어느 여자분이 나를 불러 세우고는 봉고차안으로 밀어넣은 후 30분에 걸친 설복끝에 나는 저 책을 할부로 구입했다.ㅠ_ㅠ;

도대체 무슨 말에 설득당한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이후로는 그런 꾀임에 넘어간 적이 없으니 비싼 교육비를 치른 것으로 생각한다.

시드니 셀던은 제법 유명한 작가이다. 저 책중에서 나는 드라마로 본 것도 꽤 있는 것 같고 외국영화로 나온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책은 재미있었다. 모두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전개되었고 다 읽은 후에도 만족했던 것 같다. 다만 책값을 너무 비싸게 지불한 것이 후회될 뿐이다. 게다가 저 책들이 제대로 번역한 것들인지도 지금에 와서는 의심이 된다.

주변에 있는 것들은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과 강준만의 한국현대사산책 1980년대편, 로도스전기로 알려진 마계마인전과 정비석의 소설 홍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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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것은 주로 소설과 에세이류라고 할 수 있다. 제일 왼편에 있는 것은 지금 한겨레 논설위원인 손석춘이 지은 소설 아름다운 집과 유령의 사랑이다. 특히 아름다운 집은 일기 형식의 소설로 주인공이 매우 감성적인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유령의 사랑은 마르크스의 사랑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소설인데 두 소설 모두 잔잔한 서술을 통해 감동을 전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옆의 소설은 운동권학생 다인이의 어린시절, 대학시절, 사회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옆의 손님은 6.25 당시 신천학살의 진상을 황석영이 소설로 표현하고 있다.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는 원택스님이 성철스님을 시봉하는 동안 접한 성철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는 알다시피 김훈의 유명한 소설들이다. 이순신과 우륵,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처절한 묘사들이 현실감과 비장미를 던져주고 있다. 서유기는 옛 고전을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가 3권에서 그치고 말았다.

미학오디세이는 진중권의 미학에 대한 길잡이이고 제일 오른 편은 레닌이 쓴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이다. 미학오디세이는 이해하기 쉽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에겐 정말 읽기 쉽지 않은 책들이었다.

위에 보이는 것은 체게바라평전과 피델 카스트로의 체, 진중권의 레퀴엠이다. 체게바라평전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것 같은데 수많은 지명과 인명으로 인한 불만 역시 여전히 많은 것 같다. 피델 카스트로의 체는 피델 카스트로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레퀴엠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평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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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일 없으면 같은 책 두번 안 보는데 삼국지는 그 예외중 대표적인 책이다. 삼국지를 제일 처음 읽었을 때는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권짜리로 된 삼국지를 해마다 한번씩 본 것 같다. 교실에 있던 학급문고나 친척집에 가서 이래저래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아마도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때 한 3권쯤 되는 책을 읽었던 것 같고 이 무렵에 세로로 된 책도 접했었다(자주 보면 오히려 더 읽기 쉽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로는 나에게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이문열이 평역한 10권짜리 삼국지를 읽었다. 그리고 대학 들어와서 군대가기 직전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삼국지는 황석영이 번역한 건데 이건 아예 구매를 했다. 사진에서 옆에 보이는 동의보감은 삼국지를 예약 주문하면서 보너스로 딸려온 거다.

한국에서 삼국지만큼 대중적으로 읽힌 책도 드물다. 요즘은 판타지, 무협 소설이 대체하고 있긴 하지만 삼국지는 그 자체를 소재로 한 책도 많고 만화책은 서유기와 함께 자주 이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지금 기억나는 만화로는 창천항로와 용랑전이 있다.

분명히 삼국지를 통해서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수많은 개성적인 인물을 통해서 읽는 이와 캐릭터가 비슷하거나 모범으로 삼을만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많은 책략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병법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익한 책은 삼국지가 아니더라도 널려있다. 그걸 찾아내는 수고로움 또한 독서의 과정이기도 하다.

제일 왼편에 있는 나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네임벨류 때문에 샀다. 물론 갈수록 그저 그렇다는 말들도 많은 것 같고,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책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읽는이 자신이 하는 것이고 그 전에 선택도 마찬가지다. 매체에서 나온 말이나, 독서 달인들에게서 나오는 말도 결국은 참고하는 것이다. 그 보다 앞서는 것은 스스로의 책에 대한 주관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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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실험실에 와서 수강하고 있는 과목들의 숙제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학원 수업은 몇 개 안되지만 거기서 나오는 숙제들은 간혹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숙제가 그렇다. 프로그램(수치해석쪽)을 작성하는 것인데 행렬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역시 학부때 부터의 기초가 부족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위 사진은 학부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산 전공서적들이다.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이수학기만 해도 16학기째이지만 그에 비해 책이 너무나 부실하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실 저기서 군대 가기전에 산 책은 7권 정도다. 물론 몇 권 더 있었지만 선배들한테 물려받은 전통을 이어받아서 후배들한테 물려줬다. 제대후 학부 마지막 해 동안 나머지 책을 샀다. 대부분 재수강용이었다. 위쪽에 6권 정도와 책장 아래쪽은 대학원 와서 구한 책들이다.

저 책들은 거의 다 수업을 듣기 위해 산 책들이라서 진도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보질 못했다. 저런 책들은 볼 수 있을 때 보지 않으면 일부러 시간 내서 보기가 힘들다. 지나간 시절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 때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지금은 기초물리학을 조금씩 보고 있다. 다시 보니까 지금 전공과 관련된 부분은 정말 쉬워 보이지만 사실 그 수준의 차이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 반면에 전공과 관련없는 내용들에서는 대학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지만 이해하기가 수월하지도 않고 때로는 벽을 만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물론 책이 많다고 그걸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만으로는 그 책의 주인이 얼마나 제대로 읽었는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책과 그 주인은 그 진실을 알고 있다. 나와 저 책들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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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가지고 있는 책을 정리하다보면 한곳에 같이 놓기가 애매한게 생기게 된다. 이 책들도 그렇다. 하나의 장르만으로 엮기에는 책수가 너무 작아서 그대로 놓으면 결국 짬뽕처럼 보이게 된다. 하긴 다른 책장에 있는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좌측부터 보면 과학과 관련된 책이 두 권 보인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느낌표 선정도서로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고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도 내용의 어려움에 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책이다. 예전에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에 마이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어제 댓글이 올라와서 이 책이 떠올라 이 책장 샷을 가지고 마이페이퍼를 쓰는 계기를 제공했다.

다음은 언론과 관련된 책이 3권 아니 4권있다. 지금은 KBS 사장인 정연주가 쓴 책과 금요일 밤에 하는 사실은 에 나오는 이상호 기자가 쓴 책, 그리고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이 쓴 책이다. 서준식은 인권운동가지만 인권소식지를 발행했으므로 언론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대체로 비슷한 책을 모으는게 이런 식이다.

그 다음에는 전북대 교수인 김경근이 쓴 서울대문제 해법을 쓴 책이고, 노암 촘스키가 쓴 미국 교육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있는 책, 그리고 비평가인 이명원이 쓴 책이 있는데 전체가 교육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인문학쪽 대학원이 갖고 있는 문제점(다른 분야의 대학원으로도 꼭 같지는 않더라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 오른쪽에는 공학을 전공하다가 철학으로 성공적으로 돌아선 이정우 교수가 쓴 시뮬라크르에 대한 다소 난해한 책이 있고, 노동운동 출신이 유물론과 칸트, 헤겔에 기초해서 쓴 이해하기 쉬운 철학개론서 정도라고 할만한 책이 있다.

오래된 미래, 사람이 뭔데는 딱히 연관성이 없지만 책에서 풍기는 향기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같이 뒀다.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자본주의,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1968, 그의 20대는 뭐랄까 세계화와 민족의 관계, 전 세계적인 민중의 움직임, 20대라는 공통점을 지닌 세계 각지의 인물들을 통해서 세계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김정일의 통일전략과 북한의 우리식 문화는 북한관련 서적이라고 하면 되겠지만 두 책은 내용상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고 할까. 전자는 상당한 정치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면 후자는 그런 부담감을 많이 비워두어서 두 책의 긴장감의 차이가 상당하다.

마지막 책은 포항공대의 박이문 교수가 쓴 문명의 미래에 관한 전망을 담은 책인데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잘 모르겠다. 사실은 다른 책들도 내용을 떠올리기가 힘들다. 그만큼 나의 책읽기는 너무나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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