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3
구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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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느닷없이 이 책을 기증하셨다. 

이거 뭐, 제목이 어찌 만화방 수준인데, 

일단 고맙다고 받았더니  

대학로에서 무료로 받았단다. 

어쩐지. 

그런데 뒷면의 추천서를 써놓은 이들의 이름이 심상찮다. 

성석제? 거기다 문학평론가인 정과리까지?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질은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왜 한번도 못 들어본 제목일까. 

일단 조금 읽어보자. 

그러고 펴본게 아뿔싸, 들어오는 손님마저 귀찮게 여겨질 정도로 

책에 푹 빠져버렸다. 

결국 반나절만에 다 읽어버리고는, 

아, 이렇게 즐겁게 읽어본 건 오랫만이야, 

이건 딱 영화감인데 말야.  

이른바 '득템 '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많이 보던 설정들과 구성들이, 

이거 왠지 영화화까지 노린거 아냐? 라는 의심마저 들게 만드네. 

하지만 재미는 확실히 보장!! 

거기에 군데군데 현실을 비꼬아놓는 풍자와 

현대인의 특징을 콕 집어낸 인물들은 

단순히 작품에 재미만을 남겨두지 않는다. 

정말이지, 한국형 좀비 영화 한번 보고 싶은데 말야, 

어디 이걸 바탕으로 누가 안 만들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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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2009-02-1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이 책 사서 읽었는데...좀비소설인데 따뜻함마저 느껴지던걸요.ㅋㅋ재미로 치면 최고죠.
 
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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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에서는  

늘 그 자신만의 향기가 풍긴다. 

뭐랄까,  

슬픔 가운데 따스함이 자리잡고 있는, 

어떠한 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치유의 공기가 흐르는 그런 느낌? 

이번 작품 역시 그 향기가 짙게 풍긴다. 

단편보다 짧은,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변화돼가는 '나'와 우리 가족 이야기를  

낯설면서도 정겹게 풀어나간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가까운 이의 죽음도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는 기분마저 드는 건 

위안일까.  

 

ps. 이제까지 요시모토 나라라고 알고 있었기에 

요시모토 바나나와 먼 친척뻘인가, 했더니 

글을 쓰며 다시 보니, 요시토!모! 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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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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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을 때, 내게서 평범한 세계는 사라졌다.
그 대신 지금까지 커튼 너머에 있던 어떤 굉장한 것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이란 정말 죽는 거네, 아주 평범했던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달라질 수도 있는 거네. 그 지지부진하고 따분했던 감정들이 모두 착각이었어.
깊은 슬픔 속에서도 매일, 신선한 발견이 있었다.-7쪽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그 집.
마음으로 몇 번이나 열다 보니, 문이 그리는 선이 가슴에 예쁜 잔상으로 남았다.-58쪽

그 무렵에는 이 녀석도 지금처럼 뚱뚱하지도 징그럽지도 않은, 눈치 바르고 사근사근한 아이였던 것 같은데.
이 옷에 휘감긴 투실투실한 몸속 어딘가에 아직도 그 시절 그대로인 아이가 남아 있을 텐데, 두 번 다시 만날 수는 없을 테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나 역시 많이 변해 있으리라.
-65쪽

"말이지, 여자를 볼 때는, 괜히 아랫도리 사용하면 안 돼, 그럼 인기 없어."
유리 씨가 불쑥 끼어들었다.
"내가 그렇게 노골적인가요?"
"그렇지도 하지만,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정말 소중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야. 아랫도리는 정말 소중한 사람을 찾을 때는 사용하지 말 것, 그리고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만 사용할 것,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우리 어머니가 늘 그렇게 말씀하셨어."-70쪽

"정말 아름다운 여자는, 보고 또 봐도 어떤 얼굴인지 기억할 수 없는 법이지.
매일 보는데도 도통 종잡을 수가 없고, 어떤 얼굴인지 잘 모르겠다. 얼굴 주위에 뭐랄까..."
아빠는 얼굴께에서 두 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른아른한, 예쁜 천 같은 것이 살랑살랑거리고, 그 너머는 확실하게 보이지가 않아."
"엄마는? 엄마도 그랬어?"
"글쎄, 처음에는 그랬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짜증스럽도록 또렷하게 보이는 거야. 그게 부부란 거겠지."-75쪽

나는 부끄러워서 유리 씨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따스한 등으로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뛰는 심장의 소리가 들렸다. 내게 마지막 말을 선사하듯, 분명하고 부드러운 소리.
그 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자장가처럼 남아 있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처럼.-78쪽

조금 안정이 되면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다양한 카페를 돌아보면서 내가 할 일을 내 안에 충분히 뿌리내리게 한 후에, 아바의 일터였던 곳을 수리하여 자그마한 찻집을 열려고 한다. 아빠에게 그곳에다 알록달록한 모자이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이 인생에서, 나는 나를 위한 유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83쪽

동생에게 받은 것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없던 사람이 어떤 인연으로 이 세상에 찾아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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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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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상의 세계에 산다. 

사랑을 믿고, 

꿈을 믿고, 

삶을 '살라'고 말한다. 

점점 인간의 가치가 희석돼가는 시대라서 

그는 더욱 빛난다. 

그와 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이들이 드물기 때문. 

아직까지 사랑의 가치를 믿고, 

사랑의 힘을 설파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려는 그의 글에서  

느끼는 그 따스함만으로도 

내게는 작은 위안이 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또는 그 누군가에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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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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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의 동작은 머릿속의 생각을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때는 사소한 몸짓 하나가 우리를 배반할 수 있으므로, 모든 동작을 끊임없이 연마하고,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그리며, 기술을 직관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갈고닦아야 한다. 직관이라는 것은 타성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기술을 초월하는 마음의 상태다.
그리하여 일단 기술을 충분히 연마하고 나면, 각각의 동작들을 취할 때 일일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모든 움직임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충분치 않다면, 또다시 반복하고 연습해야 한다.
(...) 궁수는 과녁을 수없이 빗맞혀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해야만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활과 자세, 시위, 과녁의 맥락이 통째로 머릿속에 자리잡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궁수가 자신의 동작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그는 스스로 활과 화살, 그리고 과녁이 된다.-25쪽

"요즘 사람드른 통 얼굴을 마주하지를 않습니다. 서로 만나지 않으면 사람은 성숙해질 수가 없어요.
그렇습니다. '만남'이 필요한 거죠. 제가 오 년 내내 실수했던 게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당신에게 그저 이메일만 보낼 게 아니라 제가 피와 살을 가진 존재라는 걸 보여드려야 했는데 말이죠. 한번은 유명 정치인에게서 대답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찾아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뭔가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와 눈을 맞추십시오' 그의 말대로 한 다음부터는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세상의 어떤 소통 방식도 눈을 맞추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
당연히 나는 그의 초대를 받아들였다.-47쪽

나는 규칙에 관한 페이지를 모조리 출력했다. 다음 날 전문가들의 지시대로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날 산행은 지루했다. 머릿속은 온통 규칙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주변 경치는 온데간데없고, 안와 대화도 거의 나누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내가 왜 이걸 배우려는 거지?
아내와 나는 우리에게 적합한 스틱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직관적으로 알았고, 스틱을 몸 가까이 당길수록 움직임이 더 빠르고 수월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규칙 때문에 정작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칼로리를 소모하고, 근육을 움직이고, 척추의 특정 부위를 사용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배운 것을 모두 잊기로 했다. 요즘 우리는 스틱과 더불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리 몸이 반응하고,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 걸 느낀다. 산행 길의 명상이 아니라 건강 체조를 할 요량이면 헬스클럽으로 가면 된다. 요즘 나는 내 방식대로 노르딕워킹을 하며 긴장을 풀고 행복을 느낀다. 칼로리를 46% 더 소모하지는 못하더라도.-94쪽

이젠 기억에도 아득한 베를렌의 시구가,
더는 발길 닿지 않을 거리가,
내 얼굴을 마지막으로 비춰본 거울이,
다시는 열지 않을 문이 있다.
내 눈앞 저 서가에
다시는 펼쳐지지 않을 책들이 있다.
- 보르헤스

내가 책들을 떠나보낼 때 느끼는 감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시다. 나는 그 책들을 다시 펼쳐보지 않을 것이다. 새롭고 흥미로운 책들은 부단히 쏟아져나오고, 나는 그런 책들을 계속 읽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서가를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멋진 일이다. 어린아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펼쳐보게 되는 책들은 대개 그림과 글씨가 섞인 그림책 전집류라고 한다. 하지만 사인회 때, 손때로 반질반질해진 내 책을 들고 오는 독자들을 만나는 것 역시 멋진 일이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여남은 번도 넘게 돌아다닌 책. 그 책을 쓰는 동안 작가의 영혼이 여행을 했듯이, 책 역시 나름의 여행을 한 것이다.-101쪽

나는 알고 있다. 죽음이란 그 누구에게도 달가운 주제가 아니라는 걸. 하지만 나는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되새겨보게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죽음의 순간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그러니, 항상 그것을 의식하고 일 분 일 분에 감사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죽음에게도 감사해야 한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결단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으니까.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산 송장'으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복돋우고, 우리가 늘 꿈꿔왔던 일들을 감행케 한다. 우리가 원하든 말든, 죽음의 사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113쪽

인디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떠나기에 특별히 좋은날은 없다.' 한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그리고 당신이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할 때 필요한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은 바로 그 죽음이다.'
나는 그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 모두 이르든 늦든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삶 앞에 준비된 자이다.-164쪽

신약성서에 '꿈'이라는 말이 다섯 번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 중 네 번은 목수 요셉과 관련해서 등장한다. 천사는 매번 요셉에게 그가 원래 하려던 바와 정반대로 행동하라고 설득했다. 심지어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진 아내를 떠나지 말라고까지 했다. '이웃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대꾸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갔고, 천사의 말이 그대로 이뤄지리라 믿었다.
그리고 천사는 요셉을 이집트로 보냈다. '나는 나사렙 목수이고 내 단골도 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란 말입니까?' 그때도 요셉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짐을 꾸려 낯선 땅으로 떠났다.
천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을 때도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제 겨우 자리잡아 살 만해졌고, 부양할 식구들도 있는 처지에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지?'
-165쪽

요셉의 꿈 이야기는 세간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을 좇았다. 그는 자신 역시 세상 남자들이 진 의무, 가족을 지키고 부양하는 의무를 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수많은 익명의 요셉들처럼, 그는 사명을 완수하려 노력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 하더라도.
훗날 그의 아내와 아들은 기독교의 모퉁잇돌이 되었다. 가족의 세번째 기둥이었으며, 목공 기술자였고, 아들을 키운 아버지는 성탄절 마구간 장면에서나 기억될 뿐이다. 그도 아니면, 그를 특별히 기리는 몇몇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나 살아 있을뿐.
나는 누구든 성스러움을 불어넣음으로써 자기 삶에 주어진 사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런 상상을 즐긴다. 예수가 빵과 포도주의 성찬식을 거행한 식탁은 아버지 요셉이 만든 것일 거라고. 그 식탁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으로 삶을 꾸려가는, 그런 노력으로 기적을 가능케 한 한 이름 없는 목수의 작품이었을 테니까.-165쪽

마이애미 항구에서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친구가 말했다.
"가끔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만을 기억하고 실제가 어땠는지를 잊어버리지. 영화 <십계> 기억하나?"
"그럼, 모세 역을 맡은 찰턴 헤스턴이 지팡이를 들자 바닷물이 쩍 갈라졌고,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를 건넜잖아."
"성서에서는 그와 달라." 친구가 말해싿. "성서에 따르면 신이 모세에게 이렇게 명령했어. '이스라엘의 자녀들에게 말하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모세는 지팡이를 들었지. 홍해가 갈라진 건 그다음이야. 결국, 길을 갈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길이 열리는 법이지"-183쪽

그 순간 인간 존재가 당면하는 가장 큰 질문은 '얼마나 열심히 믿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입니다. 종교의 궁극적 질문은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랑헤 관한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믿었느냐,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얼마나 사랑에 인색했느냐는 것입니다.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추궁당하지 않습니다. 심판의 자리에서 헤아리는 것은 우리가 행한 잘못이 아니라, 행하지 않은 선입니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랑을 내 안에만 가두어두는 것은 그리스도의 영혼을 부정한 것이고, 우리가 진정 그를 알지 못했고, 그가 우리에게 베푼 사랑이 무의미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188쪽

<도덕경>을 읽고 깊이 감동한 한 일본 승려가 그 책을 일어로 번역 출간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그가 <도덕경>을 번역하고 인쇄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까지는 꼬박 십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그 무렵, 나라에 역병이 창궐했다. 승려는 모은 돈을 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쓰고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시 십 년 후 책을 인쇄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지진이 일어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도처에 생겨났다. 승려는 집 잃은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돈을 기부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원력을 이뤘고, 드디어 일본인들은 <도덕경>을 읽을 수 있게 됐다.
현자들은 말한다. 그 승려는 <도덕경>을 세 권 펴냈다고. 두 권은 보이지 않는 책이고, 한 권은 보이는 책이다. 그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믿었고, 선한 싸움을 계속했고, 목표를 향한 신념을 잃지 않아쏙,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를 잘 보여준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책, 타인을 향한 관용으로 이뤄진 책이 서재에 꽂혀 있는 그 어느 책보다도 중요하다.-189쪽

아크바에 현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도 현자를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그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어느 날 그가 대로를 따라 걷는데 한 무리의 남녀가 뒤따르며 그에게 모욕의 말을 퍼부었다. 그는 모른 체하지 않고 돌아서서 그들을 축복했다.
그들 중 한 남자가 말했다.
"당신 귀머거리요? 이렇게 욕지거리를 쏟아붓는 우리를 축복해주다니!"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만 줄 수 있는 법이지요."
현자의 대답이었다.-191쪽

"저는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의 길에서건 삶의 여정에서건 항상 타인의 리듬에 맞추려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순례를 시작하며 저 역시 일행에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제 몸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하게 되니 곧 지쳤어요. 언제나 팽팽하게 긴장했고, 그래서 왼족 발목 인대가 늘어났죠. 결국 저는 이틀도 못 걷고 도리 없이 쉬게 되었답니다. 쉬는 동안 생각했어요. 나 자신의 리듬을 따라야 산티아고에 이를 수 있겠구나. 당연히 제 여정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걸렸고, 많은 구역을 저 혼자 가야 했어요.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죠. 저만의 리듬을 존중함으로써 여정을 다할 수 있다는 것. -197쪽

마드리드에는 노르마라고 불리는 아주 특별한 브라질 여인이 산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녀를 '바위 할머니'라고 부른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그녀는 갖가지 행사와 축제, 공연을 주관하며 왕성학 활동하고 있다.
한번은 새벽 네시쯤이었을까. 서 있을 기운조차 없던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힘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내겐 마법의 달력이 있어요. 원한다면 보여드리지요."
다음 날 나는 그녀의 집으로 갔다. 노르마는 낡고 여기저기 글씨가 휘갈겨진 달력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오늘은 소아마비 예방 백신이 개발된 날이로군요! 축하해야지요. 삶은 아름다운 거라오."
노르마는 하루도 빠짐 없이 날짜 밑에 그날 일어난 좋은 일들을 적어두었다. 그녀에게 삶은 늘 행복할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239쪽

아이들이 삶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들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왜 우리는 외국인들을 두려워하나요?
화성인과 외계인은 존재하나요?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도 사고를 당하는 이유는 뭔가요?
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가 결국 죽을 거라면 왜 태어나야 하나요?
하늘의 별은 몇 개나 되나요?
누가 전쟁과 행복을 만들어냈나요?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가톨릭의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말도 들어주나요?
왜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들이 존재하나요?
왜 하느님은 모기와 파리를 만들었나요?
우리의 수호천사는 왜 우리가 슬플 때 곁에 없나요?
왜 우리는 어떤 사람은 사랑하고 어떤 사람은 미워하게 되나요?
여러 가지 색깔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누구인가요?
하느님이 천국에 있고 돌아가신 우리 엄마도 천국에 있다면 하느님은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나요?-254쪽

한 남자가 내 친구 제이미 코언에게 물었다.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코언이 대답했다.
"모순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272쪽

근거 없는 믿음 2. 육식은 깨달음을 멀리하게 한다.
오늘날 세계는 '음식을 통한 순화'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급진적인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마치 그 동물을 직접 도살이라도 했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럼 식물에게는 생명이 없는가? 자연은 끊임없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고, 우리 역시 언젠가는 땅을 먹일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니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종교에 속해 있지 않다면 당신의 신체기관이 요구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먹으라.
러시아의 신비사상가 구르드지예프는 젊은 시절 훌륭한 스승의 눈에 들려고 채식만을 고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스승은 그에게 왜 그렇게 엄격한 식이요법을 고집하느냐고 물었다.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의 대답에 스승은 크게 웃으며 당장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그렇게 계속하다간, 깨끗하긴 하지만 삶과 여행이 주는 도전을 감당할 수 없는 온실 속 화초가 될 거라고 말하면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288쪽

근거 없는 믿음 3. 신의 본질은 희생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의 길을 찾는다. 다음 생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이 세상을 고통스럽게 보내야 한다고 믿으며. 그러나 이 세상이 신에게 축복받은 곳이라면, 삶이 우리에게 아무 대가 없이 선사한 기쁨을 왜 누리려 하지 않는가?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그의 고통이 단지 사흘에 불과했음을 곧잘 일어버리고 만다. 마지막 사흘을 제외한 평생의 시간 동안 그는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먹고 마시고, 사랑의 말씀을 전하며 다녔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했다. 그것이 그가 행한 첫번재 기적이었고, 딱히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행위는 아니었다.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가 이런 기적을 행한 것은 행복하고, 즐기고, 노는 데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 신은 우리에게 더 가까워진다. (아래로)-289쪽

무함마드는 "우리의 불행은 우리의 친구들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오랜 수도와 금욕에 지쳐 익사할 뻔했던 붓다는 양치기가 그의 목숨을 구해준 후,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스스로 고립시키고 희생하는 것이 우리를 삶의 기적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깨달음을.-289쪽

긴장해야 할 때는, 오직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만 초점을 맞춰라. 힘을 아끼고, 활과 더불어 배우라. 과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동작보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스승은 내게 아주 뻑뻑한 활을 주었다. 나는 그에게 왜 나를 프로 취급 하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쉽게 시작하면 큰 도전에 응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 애초에 알아두는 편이 낫습니다."-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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