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다정한 미술관(박상현, 세종)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
“페이스북의 빌 브라이슨” 박상현의 미술 이야기
저자의 전작 [나의 펜데믹 일기]를 미리 읽어 조금은 친숙한 이름이다.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일상에서 겪는 일들, 코로나 세상에서 다르게 다가오는 것들, 짚어봐야 할 문제들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일상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또는 무엇인가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일상의 문제에서 시작해 저자의 전공인 미술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 순식간에 빠져들어 계속 읽게 됩니다. 일상 속에서 솟아나는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귀를 기울이면서 더 많은 지식을 찾아가는 연습을 하고 싶은 독자를 위해 연재한 칼럼을 다시 엮었다고 저자 또한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책은[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입니다.
방금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티모시 살라메가 나오는 영화 입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책과 잘 어울리는 영화 같습니다. 재즈와 예술에 빠진 주인공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방문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프롤로그에 나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 중 일부입니다.
2020년에 나온 오바마의 회고록 [약속의 땅]을 보면 오바마는 그때 돌에 새겨진 그 형상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고 한다.
(그 사람은) 왕족이었을까? 아니면 노예나 공사장 책임자였을까? 어쩌면 그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고 수 세기가 지난 뒤 그곳에 들어 갔다가 지루한 마음에 장난으로 낙서를 해놓은 걸지도 모른다. 밤하늘 별을 보다가 외로움에 빠져 자기 얼굴을 새겼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사람이 빠졌던 고민, 그 사람이 싸우던 문제가 무엇일지, 그가 살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지 상상해보았다. 그가 겪었을 어려움과 궁정 내 음모, 전쟁과 재난, 각종 사건은 내가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직면해야 할 문제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크고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들이다. 파라오도, 노예도, 낙서꾼도 이미 오래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내가 했던 모든 연설도, 내가 통과시킨 모든 법안도, 내가 내린 결정도 그렇게 머지 않아 잊힐 것이다. 나도, 사랑했던 사람들도 그렇게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오늘날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들이다.
책은 Part1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Part2 21세기 신의 형상, Part3 이미지는 권력을 드러낸다, Part4 도시, 도시인, Part5 내면이 풍경이 될 때, Part6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회에 의자가 언제부터 있었을까? 공공장소에서 ‘앉기’라는 행위의 의미.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언제부터 웃기시작했을까? 등 흥미로운 질문과 그 시작을 찾아 가는 것. 만들어진 난폭한 야만인이라는 이미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이미지 뒤집어 보기. 뉴욕과 시카고의 마천루에 담긴 이야기.
비극을 기념하는 방법에서 슬픔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며 위로 받는 것이라는 마야 린이 설계한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관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예의 [만종]을 감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