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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5
김형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바쁘게 살다 보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어떤 의미 있는 날인지 모르며 하루를 시작했다. 머리속에 있는 생각이라곤 내일이 모의고사 시험날이라는 것.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다시 한번 나를 꾸짖는다. 저녁이 되서야 오늘이 4.19 인 것을 알게 되었고, 내손엔 부끄럽게도 문익환 평전이 들려있었다.
한 보름 전부터 책상에 계속 두꺼운 문익환 선생님의 책이 놓여있었다. 함께 있었다. 막연하게 존경하는 분으로, 민족의 지도자로 알고 있던 문익환 선생님의 일생을 다시 한번 보고 느끼게 되었다. 결코 평범치 않은 만주에서의 가족 이야기와 독립운동 이야기는 나에게 옛날 얘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일생에 우리의 민족사 그대로 투영된 모습에,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 先人들에 대한 경외심과 고마움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통일에 대한 일관된 생각과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한 시대를 헤쳐 나갔던 늦봄.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자신의 능력을 너무나 잘 알아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보이지 않는 큰 별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잘 보지 못한다. 없을 때에야 비로소 그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늦봄 문익환 선생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