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책은 진하리 작가의 소설집 [이웃들]이다. <야외수업>, <이웃들>, <지나간 이야기>, <해피버스데이>, <향기롭고 쌉쌀한>, <휴가>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소설집의 제목이기도한 <이웃들>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등장 인물과 사건이 연결된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첫 번째 부터 다섯 번째 소설까지 연작 소설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것을 모르는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취해있고, 그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말을 옮긴다. 비밀과 추측,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편집된 기억이 자신만의 확실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왜곡된 기억을 생각할 때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떠오르고, 연작 소설에서 사건과 등장 인물이 연결되는 구조는 [피프티 피플]도 떠오른다. 모인 이웃이 서로에 대한 비밀과 사연이 연결된 점에서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나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이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 이웃과 이런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가는 그런 겉과 속이 다른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나보다.
마지막 작품 <휴가>에서도 과거의 사건을 기억에서 지운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휴가지에서 생긴 엄청난 일을 가슴속에 묻고 아무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 단편을 읽으며 어렸을 적 외가 식구들과 함께했던 여름 개천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살아내기 바쁜 와중에 틈을 내 여름의 열기를 식히겠다고 식구들이 한데 모였겠구나하는 왜곡된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