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진하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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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진하리, 아시아)

#소설 #이웃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이 말뜻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첫 번째, 인간은 본성적으로 폴리스를 형성하며 살아가기에 적합한 동물이다. 두 번째,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선행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 혹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첫 번째 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할 수 있고, 개인은 폴리스 안에서만 존재의 의의가 있다고 한 것은 두 번째 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 관계이고,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도 인간 관계가 아닌가 싶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보다 더 많은 사람과 같이 살고 있고, SNS를 통해서도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듯 보이다가도, 여전히 외롭고 고독한 혼자만의 세계에 있기도 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오늘 만난 책은 진하리 작가의 소설집 [이웃들]이다. <야외수업>, <이웃들>, <지나간 이야기>, <해피버스데이>, <향기롭고 쌉쌀한>, <휴가>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소설집의 제목이기도한 <이웃들>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등장 인물과 사건이 연결된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첫 번째 부터 다섯 번째 소설까지 연작 소설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것을 모르는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취해있고, 그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말을 옮긴다. 비밀과 추측,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편집된 기억이 자신만의 확실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왜곡된 기억을 생각할 때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떠오르고, 연작 소설에서 사건과 등장 인물이 연결되는 구조는 [피프티 피플]도 떠오른다. 모인 이웃이 서로에 대한 비밀과 사연이 연결된 점에서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나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이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 이웃과 이런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가는 그런 겉과 속이 다른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나보다.

마지막 작품 <휴가>에서도 과거의 사건을 기억에서 지운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휴가지에서 생긴 엄청난 일을 가슴속에 묻고 아무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 단편을 읽으며 어렸을 적 외가 식구들과 함께했던 여름 개천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살아내기 바쁜 와중에 틈을 내 여름의 열기를 식히겠다고 식구들이 한데 모였겠구나하는 왜곡된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뜻밖의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

기대하고 짐작했던 것들은 모두 틀렸다.”



어느 작품에서는 조연이던 인물이 또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혹은 그 반대로 전환된다. 이는 나와 당신이 세계에 표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상호 이웃으로 살아감을 증명하는 설정이다. 이때의 이웃은 물론 살가운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이웃사촌이라는 명칭이 통용되던 시절로부터 우리는 너무 멀리 떠나왔다. 이웃은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되 심정적으로는 아득한 타인의 동의어이다. 인물들은 친밀하기보다는 친밀함을 연기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배신한다. 표리부동이야말로 그들의 신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 허희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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