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을 긋는 연습 - 내가 아닌 것, 원치 않는 것들에 품위 있게 선을 긋는 바운더리 심리학
테리 콜 지음, 민지현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2월
평점 :

나이가 한 두 살 더 늘어갈 때마다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된다는 말도 있다. 최근에 사람들이 MBTI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도, 심리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나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 일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와 저자와 상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어 바운더리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은 장마다 배운 내용을 실전에 적용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요령, 자기평가, 훈련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부록에서는 다시 챕터별 심화과제를 제시하여 독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제목과 표지만 보면 ‘미술’ 기초를 배우는, ‘선을 긋는 연습’을 하는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바운더리 심리학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분명한 “선”은 자기주도적이고 나다운 삶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체득한 바운더리 3R 전략(인식-해소-대응)을 강조한다. 이것은 내면의 아이가 작용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과거에서 비롯된 반응을 통제하고, 성인으로써 자기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초대를 받을 때 가끔은 “아니 갈 수 없어요.”라고 거절할 정도는 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제쳐두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따르는 일을 반복하면서 정작 나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고 ‘과도한 역할 수행’ 및 ‘과도한 내주기’에 기력이 소진된 사람들에게 [선을 긋는 연습]을 통해 건강하고 탄탄한 ‘개인의 바운더리’를 세울 것을 권하고 있다. ‘개인 바운더리’란 다른 사
람이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당신이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들고 알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하려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단어가 바로 ‘과기능 상호의존자’이다. 과기능 상호의존자란 특정 주변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에 지나친 책임감을 느끼며, 과도한 기능을 행사하거나 지나치게 베풀려고 한다. 또한 자기 일이 아닌데도 결과를 통제하고자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자신의 필요나 욕구는 제쳐둘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지 않은지 생각해 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지금 내주려는 마음의 동기가 사랑인가, 아니면 두려움이나 결핍감 때문인가 당신은 온 힘을 다하여 두려움이나 필요 때문은 아니라고 저항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소위 너그러움이라고 불리는 부드럽고 점잖은 겉모습 아래는 두려움이나 결핍감이 깔려 있다. 지각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착하고, 차분하며, 절제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또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고 싶거나.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타인의 과제는 타인에게 해결하게 두고,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현재 자신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다른 사람이 도와 달라고 하면 자신의 일을 조금 미뤄두고서라도 도움을 주면서 정작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도와달라고 요청을 못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이것을 저자는 이렇게 바라 본다.
도움을 거절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상대에게 부담이 도거나, 빚을 지거나, 약점을 드러낼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는 크고 작은 일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다. 크든, 작든, 누군가 당신을 도와줌으로써 당신의 삶에 자신의 가치를 심고자 할 때 이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당신은 다른 사람의 친밀감과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빈틈이 없다는 말은 도움을 주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다는 말로 이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을 내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독특한 음악세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자우림의 김윤아님이 최근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에 고통받았다는 고백을 한 TV프로그램에서 밝혀 충격을 주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되짚어 보는 이유는 누구를 원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명상을 권하고 있다. 명상 상태에서는 내가 힘들어 하는 대상을 좀 더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데에 집중하고,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긋는 연습]은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우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우면 감정적으로 상처받지 않을 수 있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존엄성을 보존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