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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깃털
앤 부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책담 / 2019년 11월
평점 :
하얀 깃털(앤 부스, 책담)
“말하지 않는 것도 말하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도 행동하는 것입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하워드 진의 책이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 위에 서있다는 것은 이미 특정 목표와 방향을 받아들였다는 뜻입니다. ‘기차 위에서 중립적인 것처럼 객관을 가장하는 것은 위선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실천적 지성으로서의 인권과 반전에 관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올리비아가 사는 지역에는 군 부대가 있어 지역 주민들이 애국심이 깊고 군에 호의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올리비아의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는 평화주의자로 군부대에 철조망을 끊고 꽃을 놓은 등 시위를 합니다. 그 시위로 엄마는 유치장에 갇혀 재판을 받아야 하고 그런 이유로 올리비아는 방학을 역사학자인 아빠와 보내게 됩니다.
하얀 깃털이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책의 중반부에 가면 이 제목이 겁쟁이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올리비아는 엄마와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에 고민에 빠집니다.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학교에 카뎃(청소년을 대상으로 각종 애외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로 영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음)이 설치되는 문제를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나뉜 것입니다.
아빠와 섬에 지내면서 유연치 않게 올리비아는 꿈같은 몇 번의 과거로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윌리엄 이라는 100년 전 소년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윌리엄의 살던 시기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었고 윌리엄도 군복무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어.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야.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해.”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회문제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세계화 되면서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한 지역에 모여살면서 다문화 사회의 문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가에 대한 문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생각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군복무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가짜뉴스의 문제, 학교에서의 정치 문제의 접근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징역형을 부과 하다가 최근에야 대체복무제가 논의되었고, 2020년부터 교정시설에서 36개월 근무하는 것으로 최종안이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부러운 것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해 반대 청원을 하고, 새로운 청원을 준비하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하나 현실에서 우리는 매번 올리비아와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길 힘들어 합니다. 왜냐하면 반대하는 의견과 충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입니다. 부정의를 바라보았을 때 말하지 않는 것도 말하는 것이고, 행동하지 않는 것도 어떤 의미의 행동일 것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일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결정해야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