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윌리엄 파워스, 21세기북스)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책의 부제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옛날 핸드폰 광고다. 스님과 배우가 대나무 숲인가를 조용히 걸으며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피.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요즘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인상깊었나보다.
또 이야기 하나.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요즘 인기 있는 그룹의 리더가 나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었는데 한 장면에 옆에 앉아 있던 패널들이 경악을 했다. 바로 2G폰을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원래는 자신도 스마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작년쯤 바꿔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너무 급해 화장실을 가려고 하다가 5분만 보겠다고 꺼낸 스마트폰을 3시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프롤로그에는 거대한 방 이야기가 나온다. 거대한 방에서 나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기더라고 밖으로 나가볼 것인가?
저자는 디지털 시대의 전제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스크린을 통한 네트워크는 좋다. 둘째, 네트워크는 확장될수록 더 좋다. 이것을 디지털 맥시멀리즘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바깥으로의 여행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연결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래서 SNS로 24시간 소통하고 연결되어 있는데도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간관계인 것이다.
그러면서 핸드폰과 한 몸이 된다. 현대의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의 많은 수가 인터넷 중독 장애가 있고,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노모포비아’라는 질병도 있다. 핸드폰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시대인 것이다. 어느 날 하루 집에 핸드폰을 놓고 직장이나 학교에 갔다고 생각해보라. 해야 할 일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감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들은 전화통화를 하는 것 보다 문자 메시지나 톡으로 처리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상대방과 직접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기계를 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직접 사람을 만나도 기계적으로 대하는 일도 많아졌다.
또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업무에 집중도도 떨어진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인터넷 상에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업무를 보고 있다가도 회사의 메시지 확인, 아는 지인과의 톡, 업무 이메일 확인, 업무 결재 확인, 포털의 뉴스 읽기 등. 머리나 손이 쉬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여 집중하는 데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회사에 출근했는데 만약에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날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이다.
컴퓨터를 끈다. 휴대전화도 끈다. 그러면 주위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 에릭 슈미츠, 2009년 봄 펜실베이니아 대학 졸업 축사 중
과거로 돌아가 더 올바르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을 찾아본다. 플라톤의 물리적 거리, 세네카의 발견인 내적(마음)의 거리 확보의 중요성, 인쇄술을 대중화한 구텐베르그의 자기성찰, 셰익스피어의 오래된, 느린 도구에 대한 사랑, 프랭클린의 긍정 습관, 소로의 숲, 매클루언과 행복의 온도를 통해 성찰한다.
스마트폰이 자기의 분신과 같아진 시대에 나는 어떻게 깊이 있는 삶을 살 것인가를 한 번 쯤 고민해본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