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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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일본장편소설]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우리는 인간이기에 앞서 게으름뱅이입니다”

 

<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
일본소설, 일본장편소설
모리미 토미히코 (지은이), 추지나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06-29 

우선 이 책을 지은 작가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최근에 개봉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니 애니메이션의 원작자 라는데 호감이 갔습니다. 또 책을 읽으면서 교토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습니다. 예전 TV에서 보았던 교토 여행 프로그램 장면이 막 떠올랐습니다.


가모가와 강변, 빨간 기둥이 줄지어 있던 장면. 평상시에도 기모노를 입는 일본인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게이샤(마이코)는 이제 교토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너구리, 폼포코(인터넷 찾아보니 북이나 배를 두드리는 소리. 둥둥) 그림이랑 많이 나와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올랐습니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The Raccoon War Pom Poko, 平成狸合戰ポンポコ, 1994)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일본  119  2005 .04.28 개봉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 변신하는 너구리들의 반란 인간 연구 프로젝트

산업사회가 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정상이 되고, 게으름이 비정상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나사만을 조이는 [모던타임즈]도 떠오릅니다. 이제 조금 여유롭고 일 한만큼 게으름(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작가는 “게으름에 능숙한 사람들을 동경하여 이 소설을 썼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럼 작가는 게으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네요. 책 앞부분에는 주인공 ‘고와다’의 모험 지도와 게으름뱅이 고와다 주변 인물 또 하나의 주인공 ‘폼포코 가면’ 등 10명에 대한 신상 정보가 등장합니다.


 
항상 어떤 일을 할 때는 머리 양쪽에서 천사와 악마가 속삭이죠. 빨리 정리하고 쉬어. 내일하자.. 항상 악마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버리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나눠야 한다. 진실로 쓸모 있는 것, 진실로 쓸모없는 것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은 쓸모 있는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든다. 물건의 본질을 가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제자리걸음이다.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다. 그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끝에 우리 내면의 게으름뱅이가 속삭인다.
“내일 하자”

고와다가 게으른 주말을 보내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에어컨을 켠 기숙사의 방, 시원한 이부자리에 드러누워 ‘장래에 아내가 생기면 하고 싶은 일 목록’을 개정하면서 꾸벅꾸벅 졸면 참으로 멋진 휴일을 보낼 수 있으리라. 이끼에 묻힌 “오하라산제인”의 동자보살처럼 이불에 파묻혀 주마. 아아. 훌륭하도다, 그대 이름은 이불일지니.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 있습니다. 이불과 한 몸이된 고와다가 그려집니다. ㅎㅎ. 결혼하기 전,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주말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고와다처럼 쉴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아이들이 태어나고는 주말은 아이들과의 전쟁이죠^^.

현대 사회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의 전쟁, 회사에서의 힘듦을 벗어나 고와다가 꿈꾸는 머릿속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히타치의 경치처럼 이런 휴가를 꿈꾸며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복권이 당첨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남쪽 섬에 가는 거죠. 저속한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과 수영복 차림의 미녀를 바라보며 망고 프라푸치노를 마시면서 빈둥대는 겁니다. 소장의 설교도, 어디 가자는 온다 선배 말도 들리지 않겠죠. 조용히, 느긋하게,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다……. 그러면 어떨까”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기온 마츠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기온 마츠리 [衹園祭, Gion Matsuri]란 매년 7월 일본 교토 기온 지역의 야사카진자를 중심으로 한 달간 열리는 민속 축제를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딱 이 축제가 진행되고 있을 것 같네요. 교토 가보고 싶네요.


친절하게 책 속에서도 축제 안에 전야제 행사인 요이야마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이야마’란 기온 축제 중 하나이다. 여름 해가 저물면 축제용 제등을 밝힌 야마와 호코가 각 마을 안에 우뚝 치솟고, 시조가라스마의 오피스가에는 징과 피리 소리가 울려퍼지고, 마계의 빛 같은 것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초여름 풍물시로 꼽히는 이 광경을 여러분도 뉴스 영상에서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른다. 야먀호코란 오랜 역사이야기를 현란한 장식으로 꾸민 축제용 장식 수레이다. 요이야마의 밤이 되면 야마호코 앞에 수없이 줄지은 축제용 제등을 매달아 모든 것을 몽상적인 빛으로 감싼다.
돌연 세계가 뒤집힌 것 같았다. “큰 일이야, 어째서 여태껏 깨닫지 못했지.”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가 없어서 소장은 정신없이 걸었다. 주변 인간들은 어떻게 태연한 얼굴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차피 다들 마지막에는 홀로 외로이 죽는다. 그것만이 중요하다. 오히려 그것밖에 중요한 것이 없다. 나는 어떻게 하지? 미로의 출구를 빨리 찾지 못하면 시간은 흐르듯이 가 버리고 영예, 곧 자신이 살았다는 실감은 얻지 못한 채 뭔지 모를 답답함을 품고 죽게 된다. 자신이라는 인생이 정체 모를 부채를 안고 끝난다!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소장처럼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교토에 가면 진짜 하치베묘진과 덴구브란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교토에 너구리가 둔갑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룻 밤동안 일어난 교토 요이야마 축제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우리에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 인간이게 앞서 게으름뱅이이다. 조금 게을러도 상관 없다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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