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의 음악욕
운노 주자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SF 미스터리물이다.

'18시의 음악욕'

제목에서 여러가지를 추측해본다.

욕구, 욕망에서 비롯되는 '욕'이거나, 쌍시옷이 들어가는 그런 '욕' 이야기거나.

그러나 18시의 음악욕은 나의 이런 추측을 완전히 비웃으며 목욕의 '욕' 으로 등장하신다.

18시의 음악욕은 제목만이 아니라 내용에서 역시 추측을 빗나가게 만들며 나를 능욕한다.

제대로 오만가지 '욕'이 등장. ㅋㅋㅋㅋㅋㅋ

SF 소설이라고 해서 거창한 걸 기대했다.

다분히 2016년식 세상에서 한참 멀리 가는 그런 공상과학 스펙타클한 무언가를 말이다.

그.러.나.

역시 아니었다.

 

작가 운노 주자는 1897년생.

119년 전에 태어나시었다, 이 분.

우리나라에서는 동학농민운동(1894년)이 일어난 후에 단발령(1895년)이 내려진 즈음이다. ^^;;

당시 우리나라엔 로봇이라는 말 자체가 있지도 않던 시대라는 거.

지금은 청소도 로봇이 해주고 수술도 로봇이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23세기식의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


주제의식이나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본 SF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답게 과학적 상상력이 한가득이다.

첫 소설을 1928년에 발표했다고 하니 당시에 그의 상상력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을 듯.

과학적 상상력 위에 미스테리라는 껍데기를 씌워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힘, 인정.


더운 여름에 가볍게 읽기 좋은 SF 소설, 18시의 음악욕.

이 소설이 쓰인 시대를 상기하면서 읽기를 권한다. ^^

1930년대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등줄기가 오싹.

의사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작가를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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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시장 두뼘어린이 4
임지형 지음, 심윤정 그림 / 꿈초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성형에 관한 이야기.

'외모지상주의는 문제야'라는 지적이 아니라 '내 얼굴은 내 얼굴 그대로 가치가 있다'는 주제 되시겠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넘어갈 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넘어가는 겨울방학에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학교가 바뀌면서 말이 나지 않을 시기가 바로 그때기 때문.

불행히도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자주 보는 일들이라 오히려 나는 무디게 반응했던 성형수술.

예뻐지고픈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형을 통해 천편일률적인 얼굴이 되어가는 몰개성은 꼭 지적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팠던 바로 그 이야기.

내가 나 자신으로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이야기를 얼굴시장에서 얼굴 구입하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4학년 남학생 아들 왈.

100점 만점에 85점.

페이스 리더는 왜 주인공 애의 얼굴을 따라하면서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책은 쉽고 재미나게 읽히지만 흥미진진하지 않고 결론이 너무 빨리 나서 15점 뺐단다.

이야기 주제는 4학년이 읽기에 좋았지만, 내용 구성은 4학년이 읽기엔 쉬웠다는 걸 참고하세요. ^^

외모에 한창 관심 가지는 초등학교 저학년, 중학년 여학생들이 읽으면 좋겠다. ​

아이고~ 틴트 바르는 우리 초등학교 여학우들이라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삐질삐질.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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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살해자
윤재성 지음 / 들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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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죽여주는 외로움 살해자라는 직업의 등장.

외로움을 없애 달라는 의뢰인에게 감정 없이 다가가 정해진 기간 안에 외로움만을 살해하는 외로움 살해자.

의뢰인의 외로움을 느끼고 공감하는 순간 외로움이 감염되고 그는 더 이상 외로움 살해자일 수 없다.

어떠한 감정의 개입 없이 함께 만나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일로 의뢰인의 외로움은 사라져간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퇴치할 수 없는 외로움을 가진 - 골치아픈 3단계 의뢰인의 등장.

사랑을 받고싶어 갈구하다 상처받고 외로움과 하나가 된 사람과

사랑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만남.

그 둘은 그렇게 외로움 살해자와 의뢰인으로 만나게 된다.

 

 

외로움 살해자를 읽으며

독자를 깊은 심연으로 끌어들이는 소재로 글을 쓰는 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독자가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면

작가는 독자가 더 빠지지 못하게 잡아채거나, 더 깊게 빠뜨리거나, 방향을 틀 정도의 뒤통수를 후려칠 반전을 만들어내거나........

뭐가 되었든 독자보다 한 발 앞서야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끝까지 볼테니 말이다.

 

이미 '외로움'이라는 화두 자체가 재미나게
읽고 넘어가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외로움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그 외로움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도 살피게 된다.
'절대 고독'이라고 하지 않는가.
간단하고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외로움을 깊이 깊이 들여다게 된다.

다만, 나의 고민과 나의 외로움 들여다보기를 책이 이끌지 못해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보고, 문제제기를 하고, 고민을 하다가 다시 책 보기가 반복되었으므로.

 

 

나의 '외로움' 과 본연의 '외로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읽는다면 절대로 속도가 늘어지는 일 없이 재미나게 읽힐 책.

91년생 작가답게 감각적으로 썼으므로.

외로움을 살해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충격적이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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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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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채식주의자'는 연작 소설이다.

세 개의 중편 소설이 결국은 하나의 고리 안에서 연결되고 있다.

맨 첫 이야기가 '채식주의자', 가운데 고리가 '몽고반점', 세 번째 이야기가 '나무불꽃' 이다.

영혜는 어느 날 채식을 선언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꿈을 꾸어서.

그것 뿐이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자 남편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팔을 걷어 올리고 드잡이를 해댄다.

 

채식주의자로 살겠다는 영혜에게 그들은 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가.

(물리적인 폭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치 않는 모든 것을 해내게 만드는 힘의 대표성이랄까?)

그들이 행사하는 폭력이 어찌하여 정당하게 여겨지며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가 어찌하여 개선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영혜는 채식주의자가 된 후 고기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을 물었던 개가 고기가 되어 가는 과정, 그것을 지켜본 후 맛나게 먹었던 기억.

고기를 먹지 않게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피의 맛.

그는 채식주의자를 선언하며 폭력에 항거하지만 피의 맛으로 그녀 안의 폭력성은 여전히 내재하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소설을 읽는 이의 입장에서 볼 때) 영혜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스스로 식물이 되어간다.

옷을 벗어던지고 온몸에 꽃을 그리며 규범에 반하는 - 동물의 삶에서 벗어나는 그녀.

 

영혜는 급기야 물구나무를 서고 음식을 끊으며 스스로 나무가 되기를 원한다.

어쩌면 정말 나무가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영혜가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나무가 되어가는지 명확한 이유는 없다.

폭력적이고 다혈질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영혜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언니가 미루어 짐작할 뿐, 그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버지가 본인은 조심스럽게 대했다고 말하는 언니 역시 생을 스스로 정리하고픈 맘이 있었지 않은가.

그것이 아버지에 의한 상처이든 아니든,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처가 안으로 침잠하며 쌓였다는 것만 확실하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끝내 나무가 되고자 한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물과 햇빛만 있으면 되는 나무.

살았지만 죽은듯 머물러 있는 식물.

동물이었지만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스스로 식물이 되어가는 영혜와,

식물처럼 움직임이 멎어가지만 동물로 끝까지 살아가려는 언니.

자신이 원하는 채식주의자도 되지 못하게 막아서더니, 나무가 되는 것조차 가로막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영혜와,

매사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이미 자신은 죽었다고 말하는 언니의 의미 없는 하루 살이가 대조되며

가슴이 찡하게 아파왔다.

 

결국 채식주의자는 난무하는 폭력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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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이재익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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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통해 책 내용과 상관없이 이토록 많은 감정과 생각을 갖기도 쉽지 않겠다.

영등포는 책을 읽기 전부터 오만가지 잡생각이 끊임없이 일었던 책.

(1)

먼저 책 표지부터 시작.

촌스럽다.

분홍과 파랑과 노랑이라니.

선명하지도 않고 파스텔이라 부르기도 뭣한 어중간한데 별다른 디자인도 없다.

내 스타일 아닌데 미스테리 추리물에서 찾기 힘든 표지인 것은 확실하다.

검정과 빨강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뒤틀린 분위기.

(2)

내가 익숙한 동네 지명이 갖는 힘이 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지역이 상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도와 사진처럼 펼쳐지기 때문에 몰입도나 긴장감이 더하다.

새벽에 거실에서 읽다가 책을 덮고 들어가는데 어두운 방을 가로지르는 뒷골이 섬뜩했을 정도.

케이스릴러라 불리는 한국형 미스테리, 추리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익숙함에서 시작되는 몰입도 아닐래나?

(3)

통속적이다.

통속적인 것은 참 재미나다.

그런데 우린 왜 통속적이란 말에 부정적인 기운을 담는 것일까?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걷어낸 "통속"을 덮어 씌우고 그래서 재미나게 읽었다고 하련다.

잘생긴 형사와 어쩐지 피해자가 될 것만 같은 영등포 뒷골목의 아가씨.

이미 재미나지 않은가 말이다. ㅋㅋㅋ

(4)

영등포 뒷골목의 의미는 남다르다.

번화한 도심과  바로 맞닥뜨려 위치한 빨간 조명의 가게.

빛과 어둠처럼 공존하는 그 지역의 특수성에 십분 공감.

그러나 소설 영등포에서 그런 주제감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작가 스스로도 굳이 그런 의미를 담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더니 빈말은 아니었다.

스르륵 쉽고 편하게 읽힌다.

초반에 사람을 잡아끄는 힘은 어마어마했음.​

(5)

오타가 눈에 거슬렸다.

가독성이 좋은 책은 오타 하나가 치명적이기 마련.

술술 읽히다 딱!!! 걸리는 그 느낌은 '오타 하나'로 표현할 수가 없다.

120 키로 속력으로 달리다브레이크 밟는 느낌의 오타가 무려 세 개.

가독성이 참 좋다는 얘기. ^^;;

(6)

이야기가 두 개 들어있다.

두 번째 이야기 마지막 부분이 영상이 되어 며칠째 빙빙 돈다.

난 돌I 같은 발상에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너무 좋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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