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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허경진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그야말로 보고서다. 출판사는 이 책을 평전으로 분류해놓았고, 책표지의 분위기도 소대헌, 호연재 두 부부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로 잡아놓은 듯하다. 그래서 두 부부의 역사적 삶을 고증하여 일생을 흥미롭게 재구성해놓았겠거니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 글은 기대이하다.
다루는 범주는 혼인, 살림, 식구, 일상, 교육, 안살림, 놀이, 관직, 문학생뢀 등 일생의 모든 분야를 두루 거치고 있다. 하지만 그 알맹이는 소대헌 송요화 고택에 내려오는 유물들을 정리하여 취합한 것의 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
소대헌·호연재 부부의 한평생을 통해 17-18세기 사대부의 생활을 짐작하는 게 아니라, 송씨 가문에 내려오는 유물들을 설명하여 사대부의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즉, 소대헌·호연재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유물 제공자일 뿐이다.
이 가문에는 300년 넘게 기록된 일기도 있고, 선조들의 편지 묶음인 《선세언독》도 있고, 호연재의 문집도 여러 권 전해오고, 《덕은가승》이라는 책도 있다. 그 유명한 《동춘당일기》도 있다. 일상을 알 수 있는 이러한 사료들이라면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살림에 관해서는 고택의 구조와 가구를 설명하고, 식구에 관해서는 ‘호구단자’와 ‘호패’를 분석하며, 일상에 관해서는 기록물과 계모임, 농사와 상거래에 대한 양반들의 일반적인 태도에 대해 설명하였다. 교육에 관해서는 《천자문》의 원리와 읽기, 쓰기에 양반 자제들이 교재로 삼은 것을 말하였고, 안살림에 관해서는 술 빚는 방법과 술 먹고 쓴 호연재의 시를 소개했으며, 놀이에 관해서는 종류와 방법을, 관직에 관해서는 급제, 면신례, 인수인계에 관해 설명하였다.
소단락을 지나치게 많이 끊은 감이 있다 싶었다. 그러나 그로인해 이러한 글을 부드럽고 흥미 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겠다. 편집에 공을 들였으나 글이 가진 기본적인 한계를 깰 수는 없었다. 표지가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