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 명진 어린이책 1
김선희 지음, 최상훈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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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저금통과 책 한 권
 

내게는 쌍둥이 여자 조카아이가 있다. 이번에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니까 열두 살의 예담이보다 세 살이 어린 셈이다. 설도 지났고 새학기도 다가오고 해서 아이들에게 줄 요량으로 이 책과 예쁜 사과저금통 두 개를 샀다.
  아직 어린 나이이니 우선 열두 살에 천만 원을 벌었다는 제목만 눈에 띄어 자기는 그 나이 때에 더 많이 모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 허나 백만 원이라도 모으면 기특하겠다.
  책을 사기 전 서점에서 빠른 속도로 훑어보았다. 물론 조카아이들에게 읽힐 만한가를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키라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보고 당연히 키라의 내용을 떠올릴 것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흡사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잘 나간다 싶던 키라가 책의 말미에서 주식과 펀드에 관심을 갖는 등 우리가 아이들에게 아직은 지나치다 싶은 내용은 없어서 다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대상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듯싶었으니.
  열두 살에 돈을 천만 원 벌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은 아닐 것이다. 사실 제목과 달리 책의 내용은 돈이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저축을 어떻게 해야 하며, 절약은 왜 해야 하는지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지 열심히 고생해서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었다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 혼자서 읽고 올바르게 이해하기란 힘들지 않나 싶다. 쌍둥이들에게 책과 저금통을 주면서 누나에게 꼭 같이 읽으라고 당부했다. 엄마 입장에서야 책을 사주면 좋아하겠지만, 그저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주고 만다면 그 책의 값어치 반을 날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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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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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vs 야밤형 인간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 중.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5시에 깨어야 한다.
그러나 11시에 자는 것은 성공했으나 기상 시간은 여전히 7시.

매일 자정 넘어 1시에 91.9khz에서는 신해철이 ‘코스트네이션’이라는 음침한(?) 방송을 진행한다.
어제는 저녁을 너무 늦게 먹은 데다 많이 먹어서 11시 취침에 실패하고 급기야 방송을 듣고 말았다.
신해철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아침형 인간’에 대해 독설을 퍼붓고 있었다.
신해철은 ‘아침형 인간’에 맞서는 인간형으로 이미 나온 ‘저녁형 인간’보다는 ‘야밤형 인간’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사실 그렇긴 하다.
‘저녁형 인간’은 그야말로 저녁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나 ‘야밤형 인간’은 아침과 저녁 시간 가운데 어느 쪽이 인간의 생활에 더 유익한가 하는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밤에 깨어 있으면 음양의 질서에 거스르게 되며, 낮에 햇빛을 봐야 비타민이 생성되고, 신체리듬이 바뀌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개소리다. 과학적이지도 않은 잣대로 아침형 인간을 당연시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신해철이 ‘아침형 인간’에 대해 퍼부은 독설의 주요한 동기다.
나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학을 맹신하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이러한 주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아침형 인간을 해보니 좋더라, 그러니 나는 아침형 인간인 모양이다."
이것 말고 더 확실한 주장이 어디 있겠는가?
신해철이 ‘아침형 인간’을 깐 또 다른 내용은 ‘아침형 인간’이 인간의 능률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능률로 보자면 야밤에 집중이 더 잘 되는 인간들이 많다고 침을 튀긴다.
글쎄, 그가 이 책을 읽어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형 인간’이 인간의 능률과 성과,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가타부타 열 올리는 거보다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따져보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
늦은 밤에 자도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나 눈 부비며 출근할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굳이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새벽까지 술 먹고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길에 시달리고 오전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 대다수에게 아침형 인간이 어찌 달콤한 자기 변혁의 제안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낮에 일해야 하는 것은 숙명처럼 지워진 짐이다.
어쩌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날, 상쾌한 아침과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날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매일 매일이 그렇듯 상쾌한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찌 꿈꾸지 않겠는가?
나 역시 야밤형 인간에 가까우면서도 낮 시간에 얽매여 있는 처지라, 아침형 인간이 내게 맞는지 한 번 실험해 볼 작정이다.
책이 팔린 만큼 ‘아침형 인간’이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나와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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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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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故 김광석은 사람들과 헤어질 때 곧잘 이렇게 인사했다고 한다. “행복하세요.” 행복해진다는 일, 우리들의 지상목표가 아닐까. 한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극도로 행복한 순간, 즉 쾌락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행, 불쾌감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나친 행복을 없애면 불행에 대한 상대적인 두려운 느낌도 약해져 이른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기분이 한껏 들뜨지 않고, 나락에 빠지지도 않게 하여 고른 기분 상태를 유지하는 게 행복에 이르는 첫 단계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행복과 불행을 도식화해서 깎고 보태어 평균화한다는 게 억지긴 하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행복에 이르는 첫 단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곧 마음을 다스리는 게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 달라이 라마의 말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 안에 긍정, 친절, 만족 등의 밝은 이미지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마음의 수행을 해야 한다. 마음의 수행을 통해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버리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키워야 한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자각과 인정의 과정이기도 하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장애는 더 이상 불행이 아니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라는 말은 곧,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즈음에 이르면 늘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세상은 과연 긍정적인가? 스스로는 친절하고 만족스럽게 살려고 하지만, 과연 이 사회는 친절하고 만족스럽게 살도록 내버려두는가? 모든 것에 만족하려 한다면 진실을 외면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주변 환경의 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라는 말이 아닐까? 아직도 이 물음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은 얻지 못했다.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빼앗긴 나라의 지도자로서 달라이 라마가 그래도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할 때 행복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행복해도 되는 걸까?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볼 수는 있겠다.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차이, 즉 버려져 있던, 기름진 땅과 척박한 땅에 씨앗을 뿌렸을 때의 차이. 그것은 곧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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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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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발표한 김영하의 단편 「비상구」에서, 주인공은 마지막에 갑자기 덮친 짭새들을 피해 창문으로 도망친다. 이 지붕 저 지붕을 타넘으며 도망간다. 다행히 타넘을 지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는 도망치면서 뇌까린다. ‘니미 씨팔’
비상구를 통해 도망친 그에게 타넘을 지붕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숨을 곳은 없다. 그래서 ‘니미 시팔’이다. 김영하의 소설은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초감각적인 욕지거리에서부터 눈살 찌푸려지는 세세한 묘사까지. 그러나 독자 자신에게 돌아오면 그 모든 것은 자신과 그리 멀리 있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 이내 허탈해진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오빠가 돌아왔다』에 실린 단편들은, 해설을 보고서야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여전히 이 시대의 갑갑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의 가치 왜곡에 직면한 여러 인간 군상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들을 자본으로 환원해서 가치를 매기는 자본의 시대. 이 시대에 뒤섞여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도 하고, 순응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열정’에 따라 외곬이 되기도 한다. 순응한 이들은 철저히 ‘냉소’의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이들은 때때로 이게 아니라며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결국 일상으로의 복귀다. ‘비상구’는 없는 것이다.
과연 비상구는 없는 걸까.
벌써 그 메시지를 거의 잊어버린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 다시 떠올랐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비상구는 밖으로의 탈출이 아니라 내면으로의 탈출일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면 이 세계의 부조리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일까. 그럼 어디로? 썩는 내가 나는 쓰레기더미 한가운데서 제 몸에 썩는 내가 풍기지 않으면서 더미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 결국은 그나마 깨끗한 쪽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레 디디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타협이다. 다른 이들을 규합하여 쓰레기더미를 뒤집어버리자거나, 그 악취 속에서 먹을 것을 찾으려 박 터지게 싸우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타협이란 말은 꽤나 매력적으로 들린다. 인간이 돈으로 가치 전환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냔 말이다. ‘니미 씨팔’

 

해설 가운데 - 김태환

소설 전체를 관류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상이한 태도 사이의 긴장이다 단순화시켜 표현하면 열정과 냉소 사이의 긴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열정과 냉소의 문제를 가치의 대체(불)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규정한다는 것은 이 문제를 자본주의 사회의 콘텍스트 속에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자본주의의 발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가치가 설 자리를 점점 더 줄여놓는다. … 냉소주의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현실을 배경으로 성립한다. 냉소주의는 신념과 믿음, 사랑을 비롯한 모든 인간적 가치의 매수가능성을 가정한다. 반면 열정은 자본주의적 현실에 역행하는 경향을 띤다. 다시 말해 열정이란 자본주의에도 불구하고 대체불가능한 가치를 신봉하거나 가치파괴적인 자본주의의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사
주인이 신경쓰지 않아도 모든 것을 감쪽같이 옮겨준다는 ‘포장이사’는 소중한 가치를 파괴하고 인간을 허무와 무의미의 구렁 속에 빠뜨리는 끔찍하고 불안한 악몽으로 묘사된다. 작가가 이사에서 그러한 상징성을 발견한 것은 아마도 다음 두 가지 요인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내밀한 가치가 깃들여 있는 공간을 상업적 공략의 대상으로 삼는 포장이사업체의 광고전단지(“이사는 저희에게 맡기고 여행이나 다녀오세요”)와 그것을 생활의 편리함 정도로 받아들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관심한 태도.

너를 사랑하고도
의원은 보좌관을 모명하고, 보좌관은 인숙을 모멸하며, 인숙은 영수를 모멸한다. 모멸감은 자기 자신의 가치, 혹은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가 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임이 드러나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러면 모멸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어진 삶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그들은 털어놓아야 할 뭔가가 있었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에겐 누군가의 영혼에 어둠을 드리울 그 무언가가 없었다.” “털어놓아야 할 뭔가”가 곧 열정이라면, “나”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것은 곧 열정의 부재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는 열정이 없기 때문에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열정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는 점에서 2차적인 의미에서의 열정, 즉 열정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빠가 돌아왔다
자본주의 가치파괴적 현실 속에서 가족은 소박하나마 개개인에게 가치와 의미를 보장해주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은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대체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서 만나고 교류하는 유일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은 부부가 상대방에 대해 유일한 사랑이 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오늘날 가족 제도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족의 유대는 예전보다 훨씬 더 약화되었으며,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합이라는 측면이 훨씬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겨혼은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 김영하는 십대 소녀의 거친 언어를 통해 다음과 같이 묻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의 가족은 경선의 가족과 얼마나 다른가?

크리스마스 캐럴
욕망이 속성이 아니라 속성을 담지하고 있는 개체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열정적 인간은 개체에 고착된 사랑을 굳게 믿고, 냉소적 인간은 그것이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코웃음 친다. 그 외에 이 두 입장 사이서 어정쩡한 절충을 한 채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너의 의미
이 소설의 핵심은 이처럼 냉소적인 남자가 사랑에 빠진 여자의 환상을 도저히 깰 수 없다는 데 있다. 영화감독이 아무리 설득을 해도 조윤숙은 자기 멋대로 미화시킨 그의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여자의 태도가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 김영하 소설의 다른 열정적 인물들이 가치와의미의 파괴와 부정을 체험하면서 체념과 상실감에 빠진다면, 조윤숙은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환상세계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보물선
이형식은 ‘너의 의미’의 조윤숙보다 훨씬 더 심한 정도로 비현실적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데올로기적 가치는 현실과의 단절을 통해 지탱된다. 고정불변의 가치, 대체불가능한 특별한 가치에 대한 열정은 가치파괴적인 현실의 압박을 피해 현실과의 관련을 포기한 채 망령처럼 이 사회를 떠돌아다닌다. 진지한 열정은 이제 그런 망상 속에서만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일까?

마지막 손님
김영하의 소설에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허무적 인식이 깔려 있다. 어떤 희망도 그러한 암울한 전망 속에 묻혀버린다. ‘마지막 손님’에서 새해를 축하하는 환호성이 깊은 정적에 묻혀버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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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2005-07-3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쓰 투 입니다.~~ ^^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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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도시를 떠나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작품집의 소설 속 주인공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일 것이다. 이 작품집은 한 해 동안 여러 지면에 실렸던 소설들 가운데 잘된 것들을 골라 묶어놓은 것일 터.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두고 제각각 다른 소재로 글을 지어낸 느낌이다.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內外面을 파헤친 내용으로 모아진다. 砂上에 지어진 집에 살고 있는 듯 우리 현대인의 삶은 이렇듯 위태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죽음으로서의 火葬과 아름다움으로서의 化粧과 같이 모순은 늘 내 안에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속도감에 못 이겨 따라간 일상의 길은 결국 공허함으로 드러나 갈등을 안겨준다. 사람과의 관계도, 특히나 사랑도 달디 달지만 결국 녹아버리는 사탕과 같다. 이러한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는 나 자신의 존재감마저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결국 남는 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육체로부터 전달된 느낌일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선명한 느낌이 아닐뿐더러 느낌 또한 외부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게 비극이다.

나는 거대한 帳幕으로 둘러 싸여 있다. 일상이란 장막 속에 갇힌 존재는 그 구속 때문에 자신의 존재마저도 쉽사리 믿을 수 없다. 하물며 타인을 믿을 수 있을까. 타인 역시 나를 결정하는 거대한 장막의 일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대중 속에 갇힌 익명성, 고립감, 고독감. 그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순간 너구리가 될 것이며, 인간의 外皮를 놓쳐버리는 순간 지금 가진 두려움에다가 낙오라는 형벌을 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너구리가 되고자 한다면?

이제는 희망을 읽고 싶다. 그렇지 못하면 매트릭스에 영원히 갇혀 自尊感을 상실한 채 날아가는 시간의 화살에 언제 靈魂이 실려 있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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