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양장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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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은 가난과 외로운 유년기를 겪은 한 소녀가 아닌, 그 위에 덧붙여진 '언니'라는 이름으로 힘겨운 삶과의 싸움에서 꿋꿋하게 살아가야만 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실네 가족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매우 시린 날들을 어린 소녀 답지 않게 이겨내는 모습이 실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7살 10살 12살의 소녀가 가진 매우 예민한 감수성보다는 순박함과 함께 어른이 가지지 못한 넓고 따뜻한 마음이 더 빛났고, 그러한 성격은 나이로 가질 수 없는 세 명의 각각 다른 동생들의 '언니'이기에 가질 수 있는, 우리들의 언니였다. 고된 시련을 피하려하기 보다는 하나하나 헤쳐가는 모습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는 성찰의 자세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끝까지 혼자이지 않아서, 가정을 일구고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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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동의보감 - 상 소설 동의보감 3
이은성 지음 / 창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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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인물 허준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그의 변화무쌍한 삶의 과정과 그가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기술적인 면으로, 인성적인 면으로, 갖추어 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또한 명의에서 어의가 되어서 보여주는 그의 행동들은 항상 긴장하며 책을 읽게 만들었다.

모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된 '허준'은 이 작품을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원작과 다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점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또한 상, 중, 하를 쉬지 않고 읽게 만드는 작품 그 자체의 재미도 크다. 그러나 작가가 작품을 완결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아 작품 끝부분의 소설적 형상화가 미흡하고, 사건을 급박하게 진행시켜 이야기를 끝냈다는 점이 옥의 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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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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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긍정적인 인상을 준 작품이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뒤에는 '뭐야? 역설적인 표현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상'권이 끝날 때 쯤에는 '하'권에서는 나성여관 사람들의 삶에도 뭔가 밝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주인공의 누나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져 갔고, 어머니와 주인공의 관계, 아버지와 주인공의 관계,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 발전적인 진전도 없었다.

정말 예상과는 빗나가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그의 형, 누나, 부모님의 관계에서는 가족의 정다움이라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 나이답지 않은 주인공은 냉소적인 성격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누이를 비롯하여 나성여관에 묵고 있는 할아버지까지, 그들의 삶은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고, 계속 아프게 나를 찌르고 있었다. 왜 제목을 '희망'이라고 결정했을까? 왜 그랬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섭부른 어떤 결론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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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2
양귀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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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으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녀의,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작품의 제목에서 무언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는지 어쨌든 다른 작품을 제쳐두고 이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처음에는 창작집이라서, 다음에는 작가가 실제 살고 있는 동네의 사람들을 모델로 하여 지은 '소설'이라는 사실에서 또 한번 실망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에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특히 여름에는 미장일로 겨울에는 연탄장사를 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실한 모습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던 임씨의 모습은 같은 일을 하는 아버지를 연상시켜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이 작품에서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또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우리의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웃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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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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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말, 그것은 'engagement'이었다. 지은이 홍세화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기가 어려웠던 시대의 희생물이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의 절망, 그가 입은 상처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수 있는 부분은 그가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장면에서 그가 한 말들이다.

나는 그가 살던 시대의 살벌함을 스쳐가는 얘기처럼 들은 기억밖에는 없다. 때문에 실제 내가 그 때의 상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까? 그것까지 바라기는 아직은 내가 미흡한 인간이기 때문에 제쳐둬야 할 것 같다. 민족을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받은 그의 아픔들은 엄청난 것이었고, 게다가 거기에는 일종의 공작이 개입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서 나는 한동안 멍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믿음을 굳게 지키려고 했던가를, 그 의지와 소신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다.

나라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 선택하지 않았을 일, 홍세화의 삶은 그야말로 청년의 삶 그 자체였고, 이 작품은 그러한 그의 삶을 담은 글이다. 그가 쓴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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