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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칠만 오백원이 든 봉투를 나는 망연히 바라보았다.
소주 한병 에쎄 한갑, 남을 위해 천이백만원을 기꺼이 지출할 수 있었던 아버지 본인에게 필요한 돈은 하루 사천원이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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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저는 20세기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혁명‘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되었어요. 사회를 전체적으로 바꾸어내는 ‘혁명‘의 전망 없이 나는 어떻게 해야 진보적으로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제게는 20대 내내 큰 화두였어요. 좀 더 근원적으로 말하면, ‘꽃이 필 것이라는 열매가 맺힐 것이라는 기대 없이 어떻게 나는 계속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어요.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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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왜 이런 일을 하나요? 돈 때문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클랩 교수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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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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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습니다.
호박꽃보다야 장미가 아름답고요
감꽃보다야 백목련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읍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고정희, <현대사 연구 1> 중

누구도 아름다운 꽃을 앞에 두고 살의를 떠올리지 않겠지요. 그렇기에, 우리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우아한 언어의 꽃밭 속일 것입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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