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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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전까지 그 존재는 알고 있었음에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는데 단지 영화화된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이 스멀스멀 생겨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제19회 부천판다스틱영화제 폐막작'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원작을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김성균, 유선, 천호진 등등의 빵빵한 배우들과 <이웃사람>의 김휘 감독이 만나 태어난 영화 <퇴마; 무녀굴>, 그 원작 『무녀굴』을 만나본다.

 

 

중종10년, 제주의 한 동굴에 수십 척이 넘는 큰 구렁이가 은거하였다.

오래 전부터 바람과 비를 휘둘러 사람들을 괴롭혔기에, 마을에선 해마다

열다섯 살이 된 처녀를 제물로 바쳐 화를 달랬다. 신임 제주 판관 서련(徐憐)이

날랜 장사들을 대동하고 행차하여 제물이 된 처녀를 사경에서 건져내고 구렁이를

죽였으나 돌아오는 길에 붉은 기운에 변을 당해 관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 제주 김녕사굴(金寧蛇窟)에 얽힌 설화

 

 매드맥스라는 이름의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 일곱 명이 제주 김녕사굴을 찾았다가 실종되는 사건으로 『무녀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선배의 영혼을 통해서 그 죽음에 어느 원귀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퇴마사 진명과 남편을 비롯해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죽음으로 인한 공포 속에 놓이게 된 금주의 만남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된다. 제주에서 실종되었다가 6개월이 흐른 뒤 다시 살아 돌아오게 된 매드맥스 회원 중 한명의 퇴마의식을 통해서 진명과 금주는 그들을 둘러싼 의문스러운 사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그 시작이 어디인지를 찾아 나서게 된다.


 『무녀굴』을 읽으면서 <퇴마록>이 생각났다. 퇴마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만큼의 흡인력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퇴마록>의 새로운 이야기가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밤을 새워가며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뭐, 물론 의도하고 밤은 새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다. 『무녀굴』이 그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후다닥 지나가버린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퇴마록>과 비교될 만큼의 즐거움을 가진 소설이라는 사실로 이 소설을 이야기하기에 플러스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퇴마록>과 겹쳐서 떠올랐다는 사실이 오히려 어느 정도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한 권의 책으로는 완벽히 파악하기 힘든 캐릭터라든가, 사건의 개연성-그녀의 최종 목표라든가, 살짝 어이가 없는 그녀의 동기 같은..?!-, 그리고 초반에 비해서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아쉬움 같은 것들에 있어서는 확실히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들을 좀 더 보완해간다면 시리즈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흠…….


 ​사실 다른 리뷰들을 보면서 우리 역사와 우리만의 설화, 그리고 무속신앙을 잘 섞어 놨다면서 칭찬하는 글들을 많이 봤다. 더군다나 제주4.3사건의 내용도 담겨 있다기에 어떻게 이야기할까 많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좀 실망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좀 더 깊이 있게 풀어낼 수는 없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보다 깊이 있고 나름의 철학이 깃든 작품으로 태어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단순히 설화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다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물론 나만의 생각이고… 이런저런 아쉬운 생각에도 불구하고 작은 욕심을 지우고 봐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나만의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국내 작가의 장르소설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도 최근에는 꾸준히 출간되는(그 대부분이 황금가지를 통해서인 듯!) 여러 작품들을 보며 그런 아쉬움이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기대이상의(혹은 상상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도 만나게 되고, 왜 이런 작품들이 많이 알려지지 못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왜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는 생각이 들만큼의 어설픈(?!) 베스트셀러보다도 훨씬 낫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을 보면 그 수준이 상당히 올라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무녀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젠 영화로 그 즐거움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8월10일 이라니까 확인할 수 있는 날까지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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