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알면 보인다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의 <물의 도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베네치아를 일본에 투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모든 조건이 열악한 베네치아가 어떻게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하고 유지했는지 알려주면서 은근히 일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보다 지중해의 패권을 추구한 베네치아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보수우익에 패권주의 기질이 다분한 시오노로선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시오노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개인과 민주주의를 우위에 두기 보다는 국가를 위한 일사불란함을 추구한 베네치아는 확실히 일본을 많이 닮았다. 반면에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여 높은 문화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사색당파로 나뉘어 싸우다가 자신의 국가를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피렌체인들은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 쓴웃음을 지으며 읽은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의 저자도 피렌체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분명 비슷한 면이 있긴 있나 보다. 만약 피렌체가 우리와 비슷한 기질의 도시국가였다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시오노와 달리 저자는 피렌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21세기의 피렌체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피렌체는 정치적으론 혼란스럽고 나약했지만 인류를 위해 큰 공헌을 한 국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피렌체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미래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남겼다는 것이다.




 “좁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그치지 않는 반목과 대립을 극상의 아름다움을 향한 선의의 경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중세의 어둠을 걷어낸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가능했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사분오열된 대한민국의 오늘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중세의 어둠이 짙었기에 르네상스이 빛이 찬란했다면, 우리도 이 어둠을 견딜 만한 충분한 이유를 확보하게 된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5000년의 문화전통을 굳건하게 지켜왔던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이 땅에서 21세기의 르네상스가 동트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저자의 위 주장에 찬성한다. 단, 동시에 시오노의 일본에 대한 충고도 우리나라에 대한 충고로 치환해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피렌체도 베네치아도 모두 과거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나 일본도 언젠가 퇴락하여 흔적만 남는 날이 올까? 미래의 일을 어찌 알랴만 영원한 것은 없다. 도시와 국가도 인간처럼 흥망성쇠를 겪게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영원히 번영하리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겠지만 반대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1등 국가가 되어 장구한 번영을 누리지 말란 법도 없다. 저 작은 도시국가 피렌체와 베네치아가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의 나아갈 방향은 베네치아식의 정치적 패권이 아니라 피렌체식의 문화적 패권이 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단, 피렌체가 화려하게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불꽃처럼 스러졌다면 우리는 베네치아의 지혜로 오랜 시간 타오르는 군불을 지펴야 한다.




 매우 공들인 책이지만 아쉬움이 좀 남는다. 부제를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고 했는데 과연 피렌체를 잘 알려줬는지, 그래서 인문학을 보여 줬는지는 의문이다.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하는 구성이 지루하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르네상스 시기 피렌체의 입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기엔 부족하다. 마치 피렌체 인물열전 같기도 하고 피렌체 유물답사 같기도 하다. 워낙 피렌체란 도시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자로선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겠지만 왠지 좀 난삽하게 느껴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물의 도시 이야기>를 읽을 때 몹시 베네치아를 가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을 땐 피렌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너무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에 치중하는 바람에 정작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이야기”가 빠져 버린 듯하다. 저자의 다음 저작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