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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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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라는 경계의 차이일까? 타의에 의해 경계에 서게 된 사람과 자의에 의해 경계에 선 사람의 차이일까? 두 사람은 많이 다르다. 아마도 두 사람이 느끼는 경계가 다른 듯하다. 서경식은 경계에 서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소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강하게 의식한다. 서경식은 경계에 서게 된 자신의 처지를 달가워 하지 않는 듯하다. 타의에 의해 경계에 서게 된 자의 비애가 물씬 느껴진다. 반면, 타와다 요오꼬는 경계 위에 서서 즐기고 있다. 진짜 경계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춘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별로 구애받지 않는 듯하다. 필요하면 다른 경계마저 훌쩍 뛰어넘을 태세다. 두 사람이 경계 위에서 춤을 추되 한 사람은 외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한 사람은 공중을 훨훨 날아오르기 위해 부러 그 줄 위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일본어를 모어(母語)로 쓰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10년 가까운 연배 차이가 있지만 같은 와세다 대학을 나와서 그럴까? 두 사람은 많이 비슷하다. 자의든 타의든 아무튼 경계에 선 사람들의 균형감이 공통으로 느껴진다. 서경식 본인의 말처럼 한 사람은 세로로 그것도 아래로 구멍을 파고 한 사람은 가로로 열어간다고 해도 결국 두 사람은 경계 위에 서 있을 사람들이다. 서경식이 세로로 그것도 아래로 구멍을 파는 건 그가 경계를 벽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벽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불안하다. 벽을 허물거나 벽을 내려와야 한다. 벽을 허물지 않고 그냥 내려올 경우엔 경계 너머 어느 한 세계로 뛰어내려야 한다. 그것은 곧 다른 세계의 상실로 이어질 행위다. 그렇다고 그냥 서 있자니 몸이 흔들린다. 그래서 아래로 아래로 땅이 나올 때까지 파들어 가 마침내 벽을 허물고 싶어진다. 타와다 요오꼬가 인식하는 경계는 선이다. 그냥 바닥에 그어놓은 선. 그 선은 그냥 뛰어넘으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경계를 뛰어넘길 두려워 한다. 타와다 요오꼬는 그런 경계에 아무런 부담을 안 느낀다. 언젠든지 다시 이쪽으로 넘어오면 되니까. 타와다 요오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느 경계 안으로 들어설 수 있는 사람이다. 그저 경계에 서서 이쪽 저쪽을 다 함께 살피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 그의 눈엔 경계란 그저 사람들이 그어 놓은 한 줄기 가는 선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경계 위에 서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 너와 나와 우리의 경계. 개인과 국가의 경계. 행.불행의 경계. 평화와 폭력의 경계.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경계. 도그마와 자기반성의 경계......그리고 수시로 그 경계들을 넘나든다. 경계 위에 서 있다고 두려워할 게 있을까? 어차피 모든 인간은 언젠가 최후의 경계를 넘을 텐데. 서경식이 이제 그만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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