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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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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조금만 다른 사람들끼리도 적대시하고, 의심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가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하고 딱지를 붙이고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은 이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말랑말랑한 얘기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용은 더욱 깊이 있고, 단호하게 가져가되, 말하는 방식은 부드럽고, 차분한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를 먼저 낮춰야 한다. 물론 자기 일신의 이익을 위해서 공동체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기회주의자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궁극에는 그들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서문에 이렇게 써놓고 실제 인터뷰는 다르게 하고 있다. 인터뷰어가 끊임없이 인터뷰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려고 한다. 현명한 인터뷰이들은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으로 피해간다. 지승호씨가 생각하는 “생각이 조금만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 했더니 이 책의 인터뷰이들이다. 처음에 난 저자가 지칭한 “생각이 조금만 다른 사람들”이 MB나 보수꼴통들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저자가 말한 사람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생각이 “조금만" 다른 사람들이었나 보다. 인터뷰 도중 끊임없이 MB나 보수세력을 “무조건 비난하고 딱지를 붙이고 목소리를 높”여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화 씨, 김영희 PD, 장하준 교수, 김혜남 교수는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인터뷰어가 의도적으로 반MB 반신자유주의로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김어준 총재는 생각이 약간 다르지만 거침없는 성격에 친구와의 대화라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 정도고 진중권 씨야 반MB 반신자유주의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사람이니 신나서 떠들지만 인터뷰어와는 노선이 좀 다른 듯 하다. 제대로 짝짜꿍이 맞는 사람은 우석훈 교수와 조한혜정 교수 두 사람 뿐이다. 그래서 생각이 "조금만" 다른 사람들이라고 했나 보다.

 물론 인터뷰가 꼭 “듣는” 행위만은 아니다. 잘 던진 질문은 어떤 웅변보다 설득력이 있다. 다큐멘터리도 카메라를 든 사람의 의도가 투영되듯이 인터뷰도 인터뷰어의 의도가 투영되어야 마땅하긴 하다. 하지만 굳이 서문에 “내용은 더욱 깊이 있고, 단호하게 가져가되, 말하는 방식은 부드럽고, 차분한 방식으로 얘기”하기 위해 “상대방의 목소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를 먼저 낮춰야”한다고 써놓고 사실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인터뷰이들을 이용한다면 그건 기만이다. 이 책의 의도가 무엇일까? 그냥 그 동안 인터뷰한 것들이 일정분량 이상 쌓여 책으로 묶은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빗나간 기획이다. 여기 인터뷰들이 최소 6개월 이상 지난 이야기(인터뷰 날짜가 나와 있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내용으로 추정컨데)로 이미 시사성을 상실한 내용들이고 인터뷰이들에 대한 특별히 새로운 생각이나 면모를 밝혀주는 내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렇게 책을 묶은 의도가 있다. 다름 아닌 반MB 반신자유주의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MB정부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입장에 선-정확하게 말하면 탄압받는 이미지를 가지게 된 -사람들을 모아 인터뷰를 함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MB정권과 신자유주의 꼴통들을 더 미워하게 만드는 게 이 책의 의도다. 어느 정도는 먹혀들어갈 의도지만 그 효과는 글쎄? 어차피 이 책을 사 볼 사람들은 반MB 반신자유주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일 테니까.

 강호동의 무릎'팍'도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기 어려웠던 질문들을 시원하게 물어봐주기 때문이다. 내용의 깊이를 떠나 바람직한 인터뷰란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선 사람들만 인터뷰하는 건 재미없다. 진정 “자신과 완전히 생각이 다른”사람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터뷰어다. 지승호 씨가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럴 때 그가 하는 인터뷰가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설득력 강한 고언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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