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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정권 - 탈세와 부정으로 얼룩진 오바마 정권의 이면
미셸 말킨 지음, 김태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정치가는 돈이 많이 드는 직업이다. 사람을 자기편으로 많이 모을수록 성공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돈이 안 들 수 없다. 속담에 "너무 맑은 물엔 고기가 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돈 많이 드는 직업을 서로 하려고 한다.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사람은 다 같다. 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땐 분명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한다. 이타심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이기심의 한 발로일 뿐이다. 특히 정치가 그런 일이다. 아무리 숭고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에게 이득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를 하는 이유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다. 권력을 잡아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유달리 가치논쟁을 많이 한다. 내가 옳으니 니가 그르니 내가 선이니 네가 악이니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정치에 가치를 따지니 답이 없다. 가치라는 건 어차피 상대적인 것이니까. 나한테 이익이 되는 일이 꼭 남한테도 이익이 되는 건 아니다. 옳다 그르다로 싸움을 몰고가는 건 매우 잔인한 수법이고 소모적인 방식이다. 옳은 자는 그른 자를 응징하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법이다. 수 많은 전쟁과 동족살해가 정당화될 수 있었던 근거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인정할 때 잘 굴러갈 수 있는 제도다. 최선의 이상을 추구하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가기 위한 장치들이 많은 정치제도다. 어떤 점에선 비효율적이고 부조리한 점이 많은 제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가에게 높은 이상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덕목은 성직자에게 어울리지 정치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가에게 바랄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유능함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느냐, 궁극적으론 나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느냐로 정치가를 판단해야 마땅하다. 그밖엔 넘어선 안 될 선을 그어놓고 최소한으로 갖춰야할 도덕성을 요구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런 사실을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마음을 파고들어 지지를 얻어내는 자들 또한 정치가들이다. 어느 정치가든 자신의 유능함을 내세우기 보단 자신의 숭고한 이상과 도덕성을 앞세운다. 우리는 그런 정치가들에게 번번이 속는다. 

 이 책은 '희망과 변화'를 모토로 출범한 오바마 정권의 부패와 타락상을 파헤친 책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을 비롯한 정권의 모든 사람들을 이잡듯 먼지를 털고 있는 책이다. 읽다 보니 한 마디로 가관이다.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바마 정권은 사기와 탈세와 탈법이 난무하는 범죄자집단이다. 오바마의 참신한 이미지에 반한 사람들은 경악할 내용이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새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보는 장면들이었으니까.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인데 새삼스럽긴. 책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잘 쓴 책이다. 사실에 근거해서 신랄하게 까고 있으니 오바마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 미국사람들이거나 미국정치에 유달리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먹힐까? 출판사가 어떤 의도로 누구를 겨냥해 이런 비싼 책을 번역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한국출판시장을 잘 모르거나 출판사가 오판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분명한 건 오바마 정권의 성패가 이런 추문으로 결정될 것 같진 않다는 점이다. 결국은 결과만이 오바마를 영웅이나 역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도 다르지 않다. 절차상의 하자만 없다면 선거에 이긴 정권에게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가치논쟁을 벌이며 발목을 잡기 보단 절차와 결과를 우선으로 얘기하는 풍토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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