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자유를위한정치>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정치란 어차피 입장의 부딪힘이다. 정치에 선악이 있다는 말은 넌센스다.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간의 충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기면 관군"이라는 일본속담처럼 정치의 선악은 늘 결과가 좌우한다. 난 이명박 대통령이 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 정도면 예상 외로 선방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다. 정권이 바뀌면 여기저기서 잡음이 일기 마련이다. 서로 입장이 다른 세력들간의 자리바꿈이 부드러울 리 없다. 더구나 10년 만에 이루어진 정권교체라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란 혼란을 피할 수 없는 제도다. 혼란이 없다면 오히려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소 잡음과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무난한 국정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이 정도 논란과 갈등은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로 온 세계가 휘청거리는 와중에 이 정도면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

 빵은 누가 만들어내는가? 우리가 먹는 빵은 어디서 나오는가? 당연히 우리의 노동을 통해 창출된다. 그러니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다. 손호철 교수가 잘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노동자세상 만만세!"다. 각자 텃밭을 일구고 자신이 먹을 것만 생산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만들어 밥 굶지 않고 오순도순 살 수 있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그곳이 바로 지상천국일 것이다. 한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구란 곳이 어느새 땅은 좁고 자원은 부족하고 인구는 많은 곳이 되었다. 부자가 많은 땅과 부를 독점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그 말도 맞다. 그렇지만 그런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했던 공산주의는 성공했는가? 공산주의는 부를 골고루 나누었는가? 왜 북한아이들은 굶어 죽는가? 이른 바 진보주의자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항상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친다. 인간은 욕망을 가진 이기적인 생물이란 사실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오래오래 후세에 전하고 싶은 욕구에 더해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가진 특별하게 이기적인 생물이란 사실이다. 인간에게 욕망이 있는 한 완전한 평등과 평화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클릭 한 번으로 전지구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현대인의 욕망은 이미 통제불능이다. 신자유주의는 문제가 많다. 맞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문제 없었던 시스템이 하루라도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신자유주의도 욕망의 한 흐름일 뿐이다. 문제를 일으키고 그 문제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곪으면 언젠간 터질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욕망의 흐름이 탄생할 것이다. 그 또한 영원할 순 없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그렇다치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왜 신자유주의 흐름을 거부하지 못했는가? 막상 대통령이 돼 보니 현실의 무서움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 한미FTA 체결에 손수 나설 수밖에. 노대통령의 신념이 신자유주의와 맞지 않았음은 한미FTA협상타결 후 오히려 미적지근했던 그의 행보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손호철교수가 그토록 원하는 노동자세상의 주인공 노동자들은 지금 무엇을 만들고 팔아 "빵"을 만드는가? 자동차,반도체,배,철강,전자제품,섬유제품 심지어 농산물까지. 어느 것 하나 수출과 관련되지 않은 물품이 있는가? 누가 그런 물건들을 사 주는가? 온 세계가 서로 공정하게 서로 남는 것을 나누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평생 말로써만 남의 단점을 지적하며 살아 온 정치가나 정치평론가들은 현실의 삶이 얼마나 지난한지 모른다. 그토록 비난하는 대기업 재벌 집단이 얼마나 치열하게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지 모른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자신이 곧 파시스트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손호철 교수의 정치평론집은 한 마디로 함량미달이다. 방향만 다를 뿐 주장의 논리구조나 수사법은 저 반대편의 조.중.동과 다르지 않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가진 김용갑 전의원을 칭찬하는 방식은 진보지식인을 좌파빨갱이로 몰아부치다 은근슬쩍 원고청탁으로 포섭하는 보수언론을 그대로 닮았다. 이 책은 그 동안 한국일보와 프레시안 등 언론을 통해 이미 발표된 짧은 칼럼들을 편집해 내놓은 책이다. 지금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조회해 볼 수 있는 글들이고 이미 철 지난 유행가일 뿐이다. 정치외교학과 교수로서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한 책도 아니다. 지극히 감정적인 순환논리로 일관하는 동어반복일 따름이다. 책 속엔 끊임없이 자신이 자신의 글을 인용하고 같은 수사법, 같은 표현을 반복한다. 생각은 자유겠지만 이런 수준의 글들을 책으로 대충, 그것도 급하게 엮어 내는 건 너무 무성의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