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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 할인행사
정윤철 감독, 조승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자폐아 판정을 받은 초원에게 엄마 경숙은 그를 포기하지 않고 세상사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동네에서 김밥을 사고 거스름돈을 정확히 받아 온다거나 대형 마트에서 한 번 알려준 십 여 가지 물품을 갖고 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시작한 것이 마라톤입니다. 초원이 10km를 3위로 입상하자 잡지사에서 그를 인터뷰하며 알게 된 서브쓰리(42.195km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를 시도하게 됩니다.
때마침 음주운전으로 200시간 사회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전 보스톤 마라톤 대회 1위를 한 정욱이, 초원이 다니는 자폐학교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초원과 경숙은 정욱의 집을 청소해 주며 초원의 코치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이때 처음으로 마라톤을 '하지 마라'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프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고 앞사람을 무작정 따라 뛰던 초원을 보며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해줍니다. 게다가 코치가 아무리 관심을 기울여 줘도 초원에게 별 반응이 없자 마라톤 역시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 하는 것인 줄 압니다. 이런 정욱의 의심은 초원이 마라톤을 시작하고 손을 물어뜯는 습관이 없어졌다는 특수교사의 말이나 한강공원에서 한 손으로는 갈대를 손끝으로 스쳐가면서 뛰는 모습에서 엄마에 의해서 만들어진 '뛰는 기계'가 아닌 스스로 원함을 알게 되면서 풀립니다.
코치가 적극적으로 달리기를 권하자 이제는 엄마가 초원에게 '하지 마라'라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뛰는 게 좋아, 싫어?"라고 질문할 때마다 "좋아." 혹은 "싫어."를 번복하는 그에게 언제나 좋은 쪽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순수하게 초원의 달리기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고통과 죄책감을 그가 받아오는 메달로 보상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 것입니다.
이런 '하지 마라'라는 상황에서 정작 빠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초원 자신입니다. 물론 표현이 미숙하긴 합니다만 아무도 그에게 직접 물어보는 사람은 없고 그저 '하라' 혹은 '하지 마라'라고 말하지요. 결국 그는 자신의 의지로 마라톤에 출전합니다.
감동과 유머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왜 마라톤인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엄마 경숙이 "얘는 당신들과 다를 바가 없어요. 뛰는 동안만큼은."라거나 초원을 세렝게티 초원에서 달리는 얼룩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만 그가 뛰는 동안 자유를 느끼는지 같이 달리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있는지는 깊이 있게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폐청년이 42.195km를 달린다는 설정도 그렇게 눈에 띄는 일을 해낸 사람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영화를 말할 때 조승우의 연기력이 빠질 수 없겠지요. 그는 자연스러운(?) 자폐청년을 연기했습니다. 대화할 때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끊임없는 손목돌리기나 필요없이 큰 목소리 톤으로 말하는 것 모두 잘 하지요. 게다가 소매 없는 마라톤복에서 보이는 군살 없는 그의 근육을 보는 재미는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