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나름대로 실연이라는 것을 겪고 있을 때였다. 아주 가까운 인근 친구 소현이만 그 실체의 그림자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뿐 그 누구도 심지어는 나 자신에게조차 그 사실을 감추며 애써 담담하고자 했던 생일 무렵의 11월 이었다.<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읹아 있을 거다. >황지우 , 문학과 지성 시인선220 시의 슬픔이 나였다. 그의 슬픔을 온전히 알수 있을거 같았다. 그중에서...<뼈아픈 후회>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나에게 왔던 사람들,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모두 떠났다내 가슴속에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못했다. 내 꿈뜰거리는 사막이,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혀가 되어 있다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거;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떠돌다 지나갈 뿐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잘 그리셨네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