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S. 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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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현실적인 공포 스릴러소설을 선보이고 있는 S. L. 그레이의 최신작 《아파트먼트》입니다. S. L. 그레이는 시나리오 소설을 쓰는 새러 로츠와 작가이자 편집자인 루이스 그린버그의 공동 필명으로, '도시 공포 스릴러' 영역에서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두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인 《아파트먼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소설이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나서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제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소설을 좀 더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소개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1.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한 완벽한 여행, 그 후 우리 집이 낯설다!


많은 분들이 에어비앤비나 카우치서핑 같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보셨을 텐데요. (저도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종종 이용하는 터라 이 책에 급 흥미를 느꼈더랬지요!) 소설의 두 주인공 마크와 스테프 부부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한 여행을 계획합니다. 마침 프랑스의 매력적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프티 부부가 서로 집을 맞교환하여 지내면 어떻겠냐는 연락을 해옵니다. 급작스런 임신으로 신혼여행도 떠나지 못한 부부는 조금 늦은 신혼여행에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도착한 파리의 아파트는 사진과는 달리 텅 비어 있는 데다가 낡고 황량하기만 합니다. 프티 부부와는 연락도 되지 않고 마크와 스테프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여행을 이어 가려고 노력합니다. 거기서부터 악몽이 시작되지요.   


이 소설을 즐길 첫 번째 장치로 '여행'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낯선 곳에서 겪는 두려움과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뽑았습니다. 일상 속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도시 스릴러를 찾으신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혹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신가요? 게다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신다고요? 당신이 비행기 안에서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 틀림없습니다.




2. 이상한 여자 미레유,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밀랍 인형 박물관, 죽은 딸의 환영, 집 안을 돌아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아파트먼트》를 더 생생하게 즐길 두 번째 장치는 소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섬찟한 장면들입니다. 텅 빈 아파트에 혼자 남아 살고 있는 미레유는 이곳은 위험하다고, 떠나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파리의 아파트 침실 안에서 양동이 세 개에 가득 들어찬 머리카락이 발견되고 마크는 머리카락을 본 이후부터 이상행동을 보이며 머리카락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죽은 동물들의 털을 잘라 모으기 시작하지만 점차 마크의 행동은 과감해집니다. 잠들어 있는 어린 딸 헤이든의 머리카락을 사각사각 자르는 장면에서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는데요.


섬세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성,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생생한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공포와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364쪽 분량의 소설은 그야 말로 페이지터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네, 그 어려운 일을 《아파트먼트》가 해냅니다!) 공포 소설 작가 R. L. 스타인은 "어둡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긴장과 공포를 떨칠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떨고 있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3.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현실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


이 소설의 마지막 장치는 잠재적인 트라우마가 개인에게 끼치는 양상입니다. 마크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남자로 등장합니다. 스테프는 그런 마크를 끌어안으려고 노력하는 여성이지요. 첫 결혼의 실패로 깊은 상처를 간직한 마크는 스테프와 재혼하여 어린 딸 헤이든과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무장한 강도들의 침입을 받고 부부의 삶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되는데요. 결국 과거의 트라우마에 잠식당하고 마는 마크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이라는 두 가지 본능이 어떻게 체현되는지 흡입력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안전하지 못하고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마크와 스테프가 드러내는 반응 역시 흥미롭습니다. 두 인물이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얼마나 대조적인 양상을 띠는지, 그로 인해 어떤 결말을 맺게 되는지 함께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여의치 못한 분들은 《아파트먼트》와 함께 파리로 잠깐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책을 덮고나면 집 안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릴지도 모릅니다. 특히 침대 밑을 조심하세요!


_《아파트먼트》 편집자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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