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세트 - 전3권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특별한 재능을 펼치기엔 

너무 작은 세상에 태어난 우리의 이야기


추운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전국 곳곳에 눈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준비하고, 학생들은 방학에 돌입하겠죠.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 될 것이고, 우리 모두는 한 살을 더 먹을 거예요!

그리고 또 얼마 뒤엔 아무렇지도 않게 봄이 와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 생명을 싹틔울 겁니다. 다시 이 땅 위엔 따뜻한 온기와, 푸른색의 잎사귀들과, 유혹적인 빛깔의 꽃들이 찾아올 것이고요. 만물은 이렇게 계절의 오고감을 따라 소멸과 성장을 거듭합니다. 우리들은 한 해 한 해 늙어가지만, 또 다시 꽃을 닮은 아이들이 자라나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겠죠.


어슐러 K. 르 귄의 <서부해안 연대기>를 알고 계시나요? 『기프트』, 『보이스』, 『파워』까지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춥고 거친 세상 속에서 열심히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판타지 성장 문학이라 불립니다. 그 아이들은 봄을 닮았고, 자라나는 잎사귀를 닮았고, 꽃을 닮았습니다. 1929년생으로 이미 1970년대에 세계적인 작가가 된 그녀가, 비교적 최근이랄 수 있는 2000년대에 새롭게 내놓은 시리즈입니다. 


'서부 해안'이라고 하는 동일한 상상계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 인물이 세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이 작품들은 하나의 궤도로 이어져 있습니다. 1권 『기프트』의 주인공이었던 오렉은 자신만의 성장의 진통을 겪은 후 어른이 되고, 『보이스』의 메메르와 『파워』의 가비르의 길을 안내합니다. 두 아이들의 성장통은 오렉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먼저 그 길을 힘껏 통과해 냈던 오렉은 둘의 구원을 도울 수 있습니다.


세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그 자신 SF 소설가로 활동 중이기도 한 이수현 번역가는 『파워』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서 이렇게 말해 줍니다.


"주인공들의 여정에 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도 정답이나 완벽한 대안은 없다. 틀을 전복시키는 사고 실험도 없다. 길을 이끌어줄 현자도 없다. 영웅도 구원도 없다. 그 대신 한 사람의 구원은 존재한다. 한 사람의 꿈. 한 사람의 출발. 한 사람의 성장. 어쩌면 희망은 언제나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서부해안 연대기>에는 마치 할머니가 자신의 손자와 손녀에게 들려주듯, 조곤조곤하며 평화로운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연대기의 세 작품은 '잘못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들이 혼돈의 시기를 거쳐 자신의 능력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그 쓰일 곳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기프트』의 오렉은 시를 쓰고 노래하는 재능을, 『보이스』의 메메르는 책의 이야기를 듣는 재능을, 그리고 『파워』의 가비르는 읽은 것을 기억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힘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모두 책과 언어, 그리고 기억에 관한 재능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력과 억압, 독재로 얼룩진 서부 해안에서 이런 재능들은 전혀 환영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재능이, 누군가를 지배하고 파괴하는 힘보다 이 세상을 분명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리라는 믿음만 있으면 됩니다. 


어슐러 르 귄은 누구보다 그런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로 할머니가 되어 버린 노작가는, 『보이스』의 수장 어르신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메메르, 어둠 속에 들어가야 한다면, 저 어둠은 그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해주려는 어머니이자 할머니라는 걸 생각하렴. 네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언어를 쓰긴 하지만, 그건 배울 수 있어. 나도 저기 들어가야 했을 때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지."


겨울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성장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앞에 놓인 어둠은 한없이 깊고 무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혹독한 나날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봄은 반드시 옵니다. 우린 모두 남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될 것입니다. 세상은 때때로 사악하고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며, 과거의 잘못과 아픔을 기억하는 어른들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미래를 믿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끔씩 우리 삶과 이 세계가 좀 막막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른이든 아이이든, 어슐러 르 귄의 <서부 해안 연대기>가 작은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오렉의 아내인 그라이의 말처럼 “뭔가를 품은 사람만이 그걸 찾는 법”이라면, 문학이란 언제나 그 ‘뭔가’를 말해주는 가장 좋은 안내서일 게 분명하니까요.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올해로 작가 경력 55년을 맞이하는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기프트》, 《보이스》, 《파워》 수록)이 국내 출간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가격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32,000원->22,400원 정가 대비 30% 할인)

10여 차례의 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전미 SF 판타지 작가협회 선정 ‘그랜드 마스터’, 세계환상문학상과 카프카상, 필그림상 수상 등 SF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화려한 수상 경력과 ‘SF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단연 1순위’라며 누구나 인정하는 독보적인 문학성, 무엇보다 반세기 이상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선보여온 다양하고도 충실한 이야기로 매번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르 귄. 잘못된 재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책과 이야기, 그리고 시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는 특별한 아이들의 성장담을 그린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은 헤인/에큐먼과 어스시의 세계를 벗어난 새로운 판타지 성장소설로서 독자와 문학계에 인상적인 궤를 남기며 르 귄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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